수련병원들, 전공의 사직서 수리하고 하반기 모집 진행한다
사직 시점 무관, 15일 복귀 움직임 미미할 듯
전국 수련병원 대다수가 정부 방침에 따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사직서를 6월부로 처리하기로 했다. 전공의 사직 수리 기한이 15일로 다가왔지만,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많지 않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14일 각 병원과 보건복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등 전국 수련병원은 15일까지 전공의들의 사직·복귀 의사를 취합한 뒤 17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을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 12일께 수련병원마다 전공의에게 사직 절차를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실제 사직 여부를 묻고 있다. 15일까지 답이 없는 전공의는 복귀 뜻이 없다고 보고 사직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대외협력 담당 교수는 “상당수 전공의가 지난 2월 병원을 떠나면서 사직서를 모아 제출했다. (연락이 닿지 않아도) 이를 근거로 사직을 처리하고 진료과목별 결원을 파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시점을 6월4일 이후로 정했다. 애초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2월29일부로 사직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한 6월4일부터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못박자 병원들도 방침을 바꿨다.
삼성서울병원은 6월4일 이후 날짜로 2년 차 이상 레지던트들의 사직서를 수리하겠다고 최근 교수들에게 안내했다. 3월 이전에 수련을 포기해 병원에 출근한 적이 없는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 차는 사직이 아닌 ‘계약 취소’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의료원 역시 2월이 아닌 6월부로 사직서를 처리하겠다고 전공의들에게 안내했다. 다만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 요구대로 2월29일부로 사직을 인정하기로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사직 처리 시점과 상관없이 15일까지 수련병원에 돌아갈 전공의는 많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병원마다 대다수 전공의가 수련 부서와 연락을 끊은 채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소수만 복귀했다가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재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5월 시작했지만, 211개 수련병원 중 42곳(20%)만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506명 중 9518명(90.6%)이 출근하지 않았고, 사직서를 낸 사람은 69명(0.7%)에 그친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수도권 대형 병원의 일부 인기 과목에선 전문의 자격을 제때 취득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다”면서도 “내과·외과 등 필수의료과에선 인턴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만 몰릴 거란 우려 때문에 복귀하는 이들이 거의 없고, 하반기 모집에도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전공의 간 소통 창구가 없는 채, 의료계 자체 협의기구마저 삐걱거리는 점도 전공의 복귀에 악재다. 16개 시·도 의사회 회장들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전공의·의대생이 빠진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해체하라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에 권고했다. 올특위는 지난달 19일 의협과 대한의학회, 전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이 모여 출범한 의사들의 협의체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불참하면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매주 토요일 열리던 회의도 13일엔 열리지 않았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한겨레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는 답보 상태로 계속 진행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의협 집행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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