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뿐”이라던 오빠, BMW를 차버렸네…엄마車는 ‘그래도 벤츠’ [세상만車]
2030대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40대 “이참에 환승연애 해볼까”
5060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국내 수입 자동차시장에서 공식처럼 통하던 말이었습니다. ‘젊을수록 BMW, 나이들면 벤츠’, ‘오빠차는 BMW, 엄마차는 벤츠’라는 말도 역시 공식처럼 여겨졌죠.
“어디 가봐도 나 만한 차 없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면서 너무 안심해서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변해서일까요.
“나에겐 너뿐”이라며 BMW를 사랑했던 오빠·아빠들이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소리없이 외치며 ‘환승’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보다 애플 아이폰에 열광하는 20~30대가 ‘수입차계 애플’ 테슬라와의 새로운 사랑에 더 적극적이었죠.
테슬라의 도발적인 애정공세에 수입차 전체 브랜드가 타격을 받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1위 BMW가 입었죠.
벤츠도 피해를 봤지만 맞수인 BMW와 비교하면 주력모델 경쟁에서 타격을 적게 받은 편입니다. 벤츠 E클래스는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 자리를 지켰고, ‘엄마차’ 타이틀도 잃지 않아서죠.
11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수입차 성별·연령별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테슬라(1만7380대)는 전년동기보다 365.7% 폭증하면서 3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1만대를 돌파한 수입차 브랜드는 이들 3곳입니다.
그 다음으로 볼보(7185대), 렉서스(6421대), 도요타(4540대), MINI(4353대), 아우디(3600대), 포르쉐(3571대), 폭스바겐(2875대) 순이었습니다.
차종별 판매 순위를 보면 테슬라 모델Y(1만41대)가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전년동기보다 판매대수가 395.4% 급증했죠.
BMW 5시리즈(1만24대)는 17대 차이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보다 17.0%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벤츠 E클래스(8916대)는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하면서 3위로 밀려났습니다. 테슬라 모델3(7026대)도 4위로 선전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톱10에 들지 못했던 테슬라 모델3(4868대)도 2위를 기록했습니다.
BMW 5시리즈(4553대)는 전년동기 1위에서 올해는 3위로 떨어졌습니다. 벤츠 E클래스(2796대)도 3위에서 4위로 밀려났습니다.
남성 선호도가 높은 BMW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톱10에 5개 차종이 포함됐습니다. 톱10 안정권에 모두 들어갔습니다.
BMW 5시리즈는 2위인 벤츠 E클래스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리며 1위에 올랐죠. BMW 6시리즈, BMW X3, BMW X4, BMW 3시리즈는 5~8위를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 톱10에는 4개 차종만 들어갔습니다. 순위도 전반적으로 하락했죠. BMW 5시리즈가 3위, BMW X3가 6위, BMW X5가 8위, BMW 6시리즈가 10위를 기록했습니다.
벤츠 E클래스(2164대)는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BMW 5시리즈(1667대)는 2위에서 3위로 밀렸죠.
테슬라 모델Y(1721대)는 전년동기에는 10위 밖이었지만 2위 자리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테슬라 모델3(1168대)도 4위를 기록하며 여성들이 선호하는 수입차로 인정받았습니다.
올들어 테슬라의 저돌적인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벤츠는 여성 선호차종에서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3개 차종이 톱10에도 포함됐죠.
벤츠 C클래스(1109대)는 3위에서 5위로 밀려났지만 판매대수는 오히려 94대 많아졌습니다.
벤츠 GLC(938대)는 전년동기보다 184대 더 많이 팔렸고 순위도 7위에서 6위로 상승했습니다.
올들어 테슬라로 떠난 남성들의 변심에 상처받은 BMW는 여성들의 사랑까지 테슬라에 빼앗겼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BMW 5시리즈, BMW X4, BMW 3시리즈가 여성 선호차종 톱10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BMW 5시리즈만 남았습니다.
같은 그룹 소속인 MINI(미니)가 지난해보다 선전하면서 아픈 마음을 달래줬습니다.
MINI 해치백은 4위에서 8위로 떨어졌지만 톱10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톱10 밖에 있던 MINI 컨트리맨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40대는 ‘환승연애’를 해볼까 흔들리는 중입니다. 50대 이상은 지조를 지켰습니다.
올 상반기 20대가 가장 선호한 수입차는 테슬라 모델3(354대)로 집계됐죠. 테슬라 모델Y(279대)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 1위였던 BMW 5시리즈(226대)와 2위였던 BMW 3시리즈(221대)는 3위와 4위로 밀려났습니다.
BMW를 사랑했던 30대도 테슬라로 갈아탔습니다. 테슬라 모델Y(3470대)가 1위, 테슬라 모델3(2273대)가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대에게 사랑받은 두 모델이 30대에서도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1~2위 자리를 꿰찼습니다.
전년동기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BMW 5시리즈(1613대)와 BMW X3(747대)는 3위와 4위로 떨어졌습니다.
‘BMW파’와 ‘벤츠파’로 양분됐던 40대도 ‘테슬라파’로 변심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40대 1위는 테슬라 모델Y(3670대) 몫이었습니다. 테슬라 모델3(2321대)는 3위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에 2위 벤츠 E클래스보다 2배 가량 많은 3207대가 판매되면서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던 BMW 5시리즈(2337대)는 2위로 밀려났습니다. 테슬라 모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습니다.
벤츠 E클래스(1530대)는 2위에서 4위로 밀려났지만 전년동기보다 판매대수가 164대 줄어든 수준에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테슬라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50대 남성은 BMW 5시리즈, 50대 여성은 벤츠를 선택했습니다.
BMW파와 벤츠파가 ‘구관이 명관’이라며 순정을 지켰다고 해도 치명적인 독사과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까지는 감출 수 없었나 봅니다.
테슬라 모델Y(1131대)가 3위, 테슬라 모델3(847대)가 5위를 기록하며 테슬라파를 구축하기 시작했으니까요.
60대는 ‘묻지마 벤츠 사랑’을 보여줬습니다. 벤츠 E클래스(972대)가 여전히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60대 톱10에도 벤츠가 4개 차종 포함됐습니다. 지난해와 같습니다.
60대가 BMW보다 사랑한다는 렉서스도 순정에 웃었습니다. 렉서스 ES(729대)는 2위, BMW 5시리즈(510대)는 3위로 나왔습니다. 전년동기와 순위가 같습니다.
4위 테슬라 모델Y(336대)가 아우디 A6를 밀어냈지만 60대의 순정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젊은 남성들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BMW 항구를 떠나 테슬라 항구에 정박했기 때문입니다. ‘환승연애’ 현상이 발생한 셈입니다.
반대로 사랑으로 쓴맛단맛 다본 50대 이상은 “사랑 뭐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지 기존 항구에 머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50대 이상 여성들은 “그래도 벤츠”라고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젊을수록 BMW에서 테슬라로 갈아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테슬라가 젊은층에게 더 치명적인 ‘도화살’(桃花煞) 매력을 갖춘 게 이유일 겁니다.
도화살은 끼가 넘쳐 한 사람에 만족하지 못하는 ‘살’이라고 하죠. 예전에는 욕설에 가까운 뜻이었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매력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처럼 테슬라는 끼가 넘치는 전기차 브랜드입니다.
끼는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혁신은 그 쓸모에 상관없이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쿨’한 테슬라 차량을 타면 시대를 앞서가는 것처럼 여겼습니다.
유행과 신제품에 민감한 얼리어답터 테슬람(테슬라+이슬람)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적극 구매했습니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에 특정 계층의 소비를 따라하는 파노플리 효과가 불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남들이 좋다거나 유행하는 제품을 따라 사는 양떼·편승 효과도 뒤따라 발생했습니다.
횟집 시가를 악용해 잘 팔릴 때는 가격을 바로 올리고, 판매가 주춤하면 바로 내리는 ‘고무줄 가격’으로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존 구매자를 ‘잡아둔 물고기’로 여긴 듯 고무줄 가격으로 발생하는 그들의 피해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죠.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덫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가격을 확 낮춘 중국산 모델Y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테슬라에 푹 빠져 비싼 돈을 주고 산 기존 구매자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겠죠. 중고차 가치도 떨어지고 있으니 두 번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기존 구매자들이 배신이라고 여기겠지만 테슬라는 끼를 부리며 새로운 사랑을 쟁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산 모델Y는 테슬라 도화살의 결정체가 됐습니다.
판매현황만으로 따져보면 BMW 경쟁상대는 벤츠가 아니라 테슬라가 됐습니다.
대표차종인 BMW 3·5시리즈와 테슬라 모델Y는 각각 세단과 SUV로 형태가 다르기는 합니다.
차급과 차종 형태로 경쟁하던 예전에는 세단과 SUV가 서로 싸울 일이 없었죠. 요즘에는 세단을 타다가 SUV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 직접 경쟁상대가 됐습니다.
형태보다는 이미지가 오히려 구매에 영향을 주는데,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겹칩니다. 서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 세대가 반했던 젊고 역동적이며 다이내믹하다는 BMW의 매력은 테슬라도 가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벤츠와 같은 우아한 품격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보수적·안정적 이미지를 지닌 품격은 테슬라의 매력인 진보적·역동적 혁신과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환승연애로 ‘달달한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테슬라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 모든 연애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잡은 물고기 취급’을 당한다고 여기면 환승합니다. 예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환승연애를 결정합니다.
사랑은 움직이기 때문에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사람에게도 차에도 ‘사랑 그까짓 게’ 참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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