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시민운동, 일상 속 권리 찾기 위한 활동으로 진화해야”
“모든 시민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과감하게 맞서는 것. 그것이 바로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겸 중앙경실련 조직위원장은 시민운동의 미래에 대해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그는 “앞으로 시민운동은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더 세분화하고, 더 다각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30여년간 인천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시민운동의 방향성과 역할,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오늘도 지역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또 이젠 인천을 넘어 중앙경실련 차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나아갈 예정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 기업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겠다는 김 사무처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Q. 인천경실련이 창립 30년을 넘겼다. 인천경실련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인천경실련은 우선 시민의 뜻을 합해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기여하는 단체다. 지방분권화 시대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시민운동으로 탈바꿈하고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
인천경실련은 우선 정치적·지역적 역차별, 이념과 진영을 앞세운 그 어떤 갈등도 거부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인천 시민사회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정치적 중립’, ‘정부 보조금 0원’ 원칙을 견지하며 비정치적인 순수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경실련은 한국 사회에서 인천의 위상과 역할을 되돌아보고, 인천시민 스스로 지역 정체성과 주권의식을 갖는 지방자치 시대를 열도록 첨병 역할을 자처한다. 또 최신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다양한 변화를 찾고, 기성세대와 차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천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정한 주민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 생활 밀착형 현안을 발굴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시민운동의 모델을 현장 주민과 함께 창출하고 있다.
Q. 인천경실련 사무처장과 함께 중앙경실련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역할은?
A. 중앙경실련 조직위원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지역경실련에서 오래 활동한 활동가가 맡는다. 조직위원장을 함께 맡은 만큼 경실련의 통합성과 재정 건전성을 핵심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통합성은 경실련의 운동 방향을 정하는 것인데,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라는 가치를 중앙과 지역이 모두 지키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정치적 중립 그리고 정부 보조금 0%, 시민에 의해서 자발적 운영되고 있는지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이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Q. 지난 30여년간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 활동해 왔다. 변화한 모습이 있다면?
A. 가장 큰 변화는 시민하고 행정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진 점이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의 기구와 소통창구가 다양해지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다. 또 권력 측면에서 봤을 때 과거엔 대다수가 국가 사무이거나 지방정부의 위임사무였는데, 점차 국가 권한이라는 게 지방으로 이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과거 중앙정부에 시민들이 다가가는 게 어려운 것처럼 권력을 가진 지방정부도 온전히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행정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소통 수단을 더 많이 만드는 데 집중해 보려고 한다.
Q. 인천경실련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점을 두고 있는 현안은?
A. 의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살피고 있다. 의료 부분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하기에 아침 일찍부터 진료를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이제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서울에서도 응급실이 가득 차 빈 곳을 찾아다니는 ‘뺑뺑이’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다.
한국 전체의 의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게 ‘공공의대’라고 본다. 사립으로 운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목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이는 비수도권이나 인구 소멸 지역일수록 병원이 없는 이유다. 이젠 사립 의대를 통한 의사 양성뿐만 아니라 비인기 진료과목 등의 사각지대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공공의사가 필요하다. 유럽은 이미 의사가 공적 신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의료행위를 한다.
인천경실련은 이러한 한국 의료 상황에 대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공공의대 등의 대안을 제시, 정치권에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그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수도권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라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 방법이 있다면?
A.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1992년부터 수도권 주민들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악취부터 소음까지 피해를 호소했고, 이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 환경부와 인천시·경기도·서울시가 함께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들의 표를 받아야 하는 지자체장이 지방선거를 2년여 앞두고 주민 반발이 큰 수도권매립지를 유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대는 방법으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가 어렵다는 의미다.
해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다. 윤 대통령은 총리실 산하에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은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그렇기에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자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인천경실련이 파고들 부분이자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방법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공약을 지키라는 당연한 요구를 대통령에게 강조할 계획이다.
Q. 시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경실련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 인천시와 함께 KBS를 인천에 유치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선 인천시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게 공영 방송의 유치다.
인천시민들은 KBS에 수신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뉴스를 보면 인천 관련 내용은 1개도 겨우 나온다. 그만큼 인천의 현안을 정부에, 전국에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은 인천에 KBS 지역방송국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다.
KBS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서울에 있는 본사 중심의 운영이 아닌 지역국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경영상황이 안 좋아지면 지역국을 폐쇄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KBS가 지역에 모든 권한을 넘길 수 있다면, 그리고 KBS 이사회에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들어간다면 시민들의 목소리 전달은 물론 시민들의 권리가 더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대학 시절 후배를 따라 인천경실련에 처음 발을 들였다. 당시에 그야말로 사회정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두 해도 된다고 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인천경실련은 인천대학교 시립화부터 인천시민 바다 되찾기 운동, 인천신항 조기 건설 요구 활동 등 인천시민들과 함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해양수산부의 ‘항만 민영화’ 반대 운동과 공공의료 강화 활동, 인천 방송주권찾기 운동 등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려고 한다.
이와 함께 최근 공익시설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시민의식이 더 높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천경실련은 시민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와 교육을 해보려고 한다. 또 현장에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
이 밖에도 인천 정치권의 관행을 타파해 보려고 한다. 인천 정치인들은 당선 뒤 인천시민들이 아닌 중앙 권력 쟁탈에 집중하는 모습이 관행처럼 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 정치 관행을 없애는 게 인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천경실련이 인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인천을 위해 활동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활동에 시민들이 지지해 주고, 함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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