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중국기업 `엔비전`도 유럽진출… 설 곳 줄어가는 K-배터리

박한나 2024. 7. 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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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LFP 기가팩토리 착공
스페인 정부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AESC 기가팩토리의 초석을 놓는 행사에서 기념 물품을 항아리에 넣고 있다. 스페인 정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LFP(리튬인산철)를 무기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이 관세 장벽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14일 영국 자동차 매체인 저스트-오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계 중국 배터리 기업인 엔비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인 카세레스주에서 LFP배터리 기가팩토리의 착공식을 했다. 엔비전 AESC는 일본 닛산자동차 등이 설립한 배터리 회사로, 2019년 중국의 신재생에너지기업인 엔비전 그룹이 대부분의 지분을 인수했다.

엔비전은 어떤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30GWh 규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상당한 공급처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AESC는 스페인공장 건설의 첫 단계로 11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엔비전의 스페인 공장은 유럽의 3번째 생산거점이 된다. 엔비전은 이미 영국에 닛산을 위한 배터리 공장이 가동 중이며, 프랑스 북부에서 올해 말 르노에 공급할 배터리 제조공장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엔비전이 일본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회사라는 점이다. 일본 닛산은 2007년 일본 전자기업 NEC와 그 자회사 NEC토킨과 AESC를 설립했고, 2018년 중국 엔비전그룹에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해 닛산은 현재 소수 지분만 가지고 있다.

AESC가 중국의 투자로 활동하지만 본사가 여전히 일본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회사로 시작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발전한 형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 이후로는 중국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직접 참석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국제적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초기 투자 단계에서 약 900개의 일자리를 창출될 예정으로 어려운 지정학적 상황에서 기회로 가득 찬 미래를 제공하는 최고의 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지만 각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암묵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2020년부터 37억유로(5조4800억원) 규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일환으로 중국 체리 역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니산 공장에서 올해 4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 유치에도 성공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인 중국 CATL 역시 지난해 11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텔란티스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스페인에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공동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네 번째 기가팩토리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톱 10 가운데 중 5곳이 중국이다. CATL은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11.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34.9GWh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5.9% 늘어난 33.3GWh로 2위다.

다른 중국 업체들 성장률은 더 무섭다. 6위인 BYD는 전년 대비 155.3%로 대폭 성장했다.파라시스는 138.5%, CALB는 602%, 신왕다 73.8%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CATL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비롯해 BMW, 벤츠, 볼보 등에 탑재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코나와 니로, 기아 레이EV에도 탑재돼 국내 또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BYD 또한 비중국시장에서 순위권을 위협하고 있어 유럽에서의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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