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의 피로 가득한 충혈된 눈에 또 빠져드는 이유('감사합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7. 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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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 어떤 외압, 협박, 누명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하균의 단단함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도 역시 피로 가득한 충혈된 눈이다. 그런데 그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강렬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그 눈이 쏘아보고 있는 대상들이 할 수만 있다면 그 삶 자체를 '감사'하고픈 빌런들이니 말이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JU건설 감사팀장 신차일 역할로 돌아온 신하균의 그 피곤함이 절로 묻어나는 연기에 이번에도 빠져들게 되는 이유다.

언어 유희가 들어있는 제목을 가진 '감사합니다'는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 내의 부패와 비리를 감사한다는 의미다. 지금껏 기업 비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들에 등장하곤 하던 감사팀이란 경영자 측의 명령에 의해 정치적으로 활용되곤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에서 박동훈(이선균)을 뇌물을 받았다 누명을 씌워 쫓아내기 위해 대표가 감사팀을 움직이는 그런 사례들이 오피스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는 단골소재가 되곤 했던 것.

하지만 <감사합니다>는 그렇게 경영자나 이사진에 의해 휘둘리는 감사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반대로 그 어떤 외압이나 협박 심지어는 누명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그래서 끝내 기업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감사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결국 감사팀도 회사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대표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감사팀은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그 판타지를 가능하게 하는 건 신차일이라는 돈키호테가 있어서다.

신차일 같은 돈키호테 캐릭터가 굳이 드라마를 통해 탄생하게 된 건 이런 인물에 대한 대중적 갈증이 있다는 신호다. 한 회사의 비리는 그 회사의 경영적 문제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보통 서민들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JU건설처럼 민생과 관련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첫 번째 사건으로 가져온 부실 크레인 전복사고의 경우는 그 회사의 전무가 뒷돈을 받고 부실한 크레인을 도입해 쓰다가 생겨난 사고로 이로 인해 인부들이 크게 다치는 일이 벌어진다.

드라마에서는 크레인 전복사고를 사례로 들고 있고 다행히 사망자까지 발생하지는 않은 사건으로 마무리되지만, 이처럼 부실한 건설 현장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거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참사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깝게는 광주에서 벌어졌던 건물 붕괴 참사에서부터 멀게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그것이다. <감사합니다>가 굳이 그 감사의 대상으로서 건설회사를 선택한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다.

두 번째 사건으로 등장한 건설회사 직원이 결탁해 서민들의 주거지 재건축에 들어온 돈을 횡령한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한 건설회사 내부의 비리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이것 역시 부실 건설이 만들어내는 참사와 비견되는 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 신차일 같은 인물의 돈키호테식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감사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하나의 강력한 판타지가 된다.

건설회사의 비리들과 그로 인해 생겨난 사건들 그리고 이를 막는 감사팀의 활약은 그래서 지난 한국 사회가 압축성장을 해오며 거둔 화려한 외관들 속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내부에 대해 이제는 과거 '관행'처럼 흘러가던 비리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신차일과 맞서는 구악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는 황대웅(진구) 부사장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려 하는 그 시대착오적 사고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또 회사의 대표인 황세웅(정문성)은 과거와는 다른 경영을 해야 한다며 신차일을 그 개혁의 선두주자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역시 경영자라는 입장에 서 있어 흔들리는 인물이다. 결국 신차일은 구악의 대표격인 황대웅 부사장과 대결해가면서 동시에 내편처럼 여겨지지만 언제 어떻게 경영자의 선택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는 황세웅과도 거리를 유지해야 상황에 놓였다. 과연 신차일은 이러한 시대적 갈증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줄 수 있을까.

신하균의 연기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드라마다. 자주 충혈된 눈을 드러내며 그 피곤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표현해내는 신하균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믿고 보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다. 늘 인상을 쓴 채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답을 찾아내는 이 인물에 대한 신뢰감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구악 세력들 앞에서도 어떤 시원한 한 방을 기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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