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더러운 것 아냐”…‘대변이식술’ 첫 성공, 건강한 삶에 한걸음 다가갔다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우리 장에는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걸리지 않기도 합니다. 심지어 장에 있는 좋은 균을 분리해낸 뒤 이식하는 수술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대변이식술’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입니다.
절대 더러운 행위가 아닙니다. 최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장내 세균의 유전자를 바꾸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이러한 실험을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유전자 가위로 대장균 유전자 교정
연구진은 이를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해결합니다. 박테리오파지란 박테리아를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말합니다. 간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특정 염기 서열에 달라붙을 수 있어요. 연구진은 장 환경에서 발현되는 여러 대장균을 목표로 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한 뒤, 여기에 유전자 가위를 넣어 감염시킵니다. 세균은 이 박테리오파지에 감염되고, 곧 유전자 가위로 인해 염기가 바뀝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는 대장균의 유전자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의 유전자를 바꾸는 데 성공합니다.
체이스 바이젤 독일 헬름홀츠RNA 기반감염연구소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질병에 맞서기 위해 미생물을 편집할 가능성을 열었다”라며 “동시에 조작된 DNA가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전자 가위와 대변이식술
유전자 가위는 쭈욱 나열된 DNA 중 일부를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여서 특정한 DNA 배열을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기계적으로 자르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가위에는(3세대 크리스퍼 카스9) 특별한 단백질이 붙어 있는데, 이게 DNA를 자르는 역할을 합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는 2012년 처음 공개됐는데, 사용 방법이 상당히 편리하고 효과가 좋아 생명공학계의 ‘혁명’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정말 많은 연구 결과가 쏟아집니다. 특정 유전자를 바꿔 ‘물이 부족해도 잘 자라는 식물’은 물론 ‘질병에 강한 식물’ 등도 만들어졌고 ‘근육의 성장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근육으로 똘똘 뭉친 돼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가위를 기반으로 한 신약도 출시됐습니다.
대변이식술은 새로운 치료법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이 사는데요,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7년 ‘인간 장내 미생물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이해하는 게 우리의 건강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장 질환을 비롯해 아토피, 당뇨, 비만 등 많은 질환이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존재합니다(장내미생물만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한 당뇨병 환자의 통증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나이 든 쥐에, 젊은 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하자 근육과 피부가 젊어진 연구도 있습니다. 대변이식이라 하지만 더러운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채취한 ‘좋은 균’을 골라내 이식하는 것이니까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이 하루빨리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의 고통을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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