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몸 힘든 게 대수인가요" 폭염도 잊은 대전 용촌동 수해복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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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좀 힘든 게 어디 대수겠어요. 주민들 마음은 억장이 무너질 텐데."
대전경찰청 소속 안태환 경정은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라며 "갑작스러운 수해에 주민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김미경 씨(55)는 "지붕밖에 남은 게 없는 집을 보며 너무 허탈하고 막막했다"며 "땀 흘리며 일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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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몸 좀 힘든 게 어디 대수겠어요. 주민들 마음은 억장이 무너질 텐데.”
나흘째 수해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
이날 이곳은 낮 최고기온은 31도까지 오르면서 그늘이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
목까지 차올랐던 물이 무색하게 도로엔 건조한 흙먼지가 날렸고, 오전 내 햇볕에 달궈진 땅의 열기가 서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수마가 휩쓸고 간 진흙투성이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한 주택 마당에선 색색의 옷들이 빨랫줄에 나란히 걸려 햇볕에 말려지는 중이었다.
그 아래 쪼그려 앉은 봉사자들은 산처럼 쌓인 빨래 더미를 옆에 둔 채 부지런히 옷들을 비벼 빨았다.
앞뒤로 움직이는 손길 한 번에 누런 흙탕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아이고 죽겠다’며 잠시 허리를 편 봉사자의 얼굴을 보니 온통 땀범벅이다.
도마 2동 자원봉사단 소속 유숙경 씨(57)는 “엉망이 된 집 안을 보니 그저 ‘기가 막힌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보는 주민들 마음은 오죽하겠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봉사자들은 진흙이 잔뜩 묻은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집 밖으로 연신 꺼내고 있었다.
물을 머금어 잔뜩 부푼 가구들은 한 사람이 옮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옷이며 얼굴에 진흙을 잔뜩 묻힌 사람들은 연신 ‘하나둘셋’을 외치며 힘을 합쳐 소파, 냉장고 등을 들어 올렸다.
대전경찰청 소속 안태환 경정은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라며 “갑작스러운 수해에 주민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수해복구 작업에 뛰어든 군부대는 농가를 중점적으로 돕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대전에서는 서구 인근 186 농가에서 72.43㏊의 농지가 피해를 보았다.
32사단 505여단 장병들은 무너진 하우스 안에서 물에 젖은 퇴비들을 퍼내는 중이었다.
열기와 습기가 빠지지 않는 하우스 안은 10여명의 장병이 들어가자 금방 후텁지근해졌다.
퇴비가 내뿜는 고약한 냄새는 절로 코를 막게 될 정도였지만 장병들은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흙들을 퍼 날랐다.
이창현 대위는 “피해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고향 집 부모님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김미경 씨(55)는 “지붕밖에 남은 게 없는 집을 보며 너무 허탈하고 막막했다”며 “땀 흘리며 일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구청에 따르면 이날 수해복구 현장에 군부대 120명, 서구청 80명, 경찰 54명, 각 동 자원봉사자 등 362명이 투입됐다.
구는 수해가 일어난 직후 기성동 복지관에 주민시설을 마련하고 이재민들에게 응급 구호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전날부터 이재민구호, 방역·의료지원, 기반 시설 복구 등 3개 반 7명으로 구성된 현장 복구지원 TF팀을 가동했다.
폭우로 피해를 본 서구민은 주소지 동 행정복지센터에 12일부터 20일까지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된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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