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불펜진 최고참과 18살 차이, 그러나 어엿한 필승조…전반기 활약한 조병현이 선배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
SSG 조병현(22)은 2002년생이다. SSG 불펜진 최고참 노경은(40)과는 18년이나 차이난다.
그러나 최고참 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8순위로 SK(현 SSG) 유니폼을 입은 조병현은 데뷔 첫 해 3경기에서 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6.2이닝 7실점(6자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군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조병현은 일단 상무에 입대했다. 이 기간에 선발 투수에서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2023년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43경기에서 17세이브 평균자책 2.25를 올리며 클로저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상무에서 전역한 뒤 SSG의 지휘봉을 잡은 이숭용 감독의 눈에 들어 올시즌 기회를 받았다. 올해 전반기 46경기에서 44.2이닝 19실점(18자책) 평균자책 3.63으로 SSG 불펜의 한자리를 꿰찼다. 전반기 동안 10홀드를 올리며 데뷔 첫 두자릿수 홀드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인천 KT전부터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까지 타자 10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워 1998년 이대진 이후 26년 만에 10타자 연속 삼진 기록도 세웠다.
지난 11일에는 경기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0.2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이 감독은 종종 SSG가 나이가 많은 팀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노경은, 고효준 등 노장들이 대부분이었던 SSG 불펜진에서 조병현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전반기를 돌이켜본 조병현은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85~90점 정도 주고 싶다”라며 “1군 첫 풀타임이었고 아프지 않고 전반기를 끝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안 좋았던 경기도 있었지만 도망 다니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부족한 10점가량의 점수는 선배들의 조언으로 채우는 중이다. 조병현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제구가 안 잡힐 때도 있고 주자를 두고 내려오는 경기도 있었다. 이런 경기들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까마득한 선배들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선배들이 하는 말은 모두 마음에 새기려 한다. 그는 “경기를 할 때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가지고 있는 공이 좋으니까 평소처럼 자신 있게 들어가라고 해주신다”라고 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어차피 결과는 하늘에서 정해준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조병현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SSG의 홈구장인 인천SSG랜더스필드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런이 많이 나와 투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조병현은 “실제로 홈보다 원정이 기록이 더 좋다”라고 했다. 홈에서의 평균자책은 6점대(6.38)이고 원정 경기에서는 1점대(1.99)의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조병현은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어차피 홈런을 맞아도 상대 타자가 잘 치는 거니까 자신 있게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삼진도 잡고 결과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SSG는 현재 5위에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후반기 목표로 5할 사수를 다짐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순위가 미끄러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병현 역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그는 “최대한 실점하지 않고 팀에 도움을 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생애 첫 가을야구도 그려본다. 조병현은 “엄청나게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될 것 같다. 분위기가 다르다는데 경험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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