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저임금 1만원 시대…노동생산성 화두, DX 가속화 전망
내년 역대 첫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9860원에서 1.7% 인상한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이다. 지불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동결을 강하게 요구해온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표결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경영계가 제시한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경영계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이 27.8% 인상돼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1만원 대에 진입하게 되면 연체, 폐업, 대출 증가 등 경영 리스크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5년 동안 물가는 10.6% 상승했으나 노동생산성 증가는 4.5%에 그쳤다. 특히 1인당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1.3% 감소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개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생산성 절대적 수준을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주요 7개국(G7)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최저임금, 특히 세후 최저임금 수준은 이들 대부분 국가 비해 높은 편이다.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더 이상 최저임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자 키오스크 이용 점포 수가 크게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ERI)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외식업체 키오스크 사용 비율은 0.6%에서 2021년 6.1%까지 급증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됐던 2018년에는 전년 대비 20% 성장한 바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돌파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산업 구조 전환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존 키오스크(KIOSK·무인단말기) 수준을 넘어 푸드테크, 리테일테크, 에그테크, 콘테크 등 주방, 물류, 농업,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디지털트윈,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 융합 시도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프렌차이즈 업계에는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조리로봇 도입 등 점포 내 노동생산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롯데GRS는 네온테크가 개발한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을 도입해 롯데리아에 맞는 고도화 개선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패티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과 함께 매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한화로보틱스와 손잡고 △식재료 전처리 △메뉴 조리 △배식·퇴식 △식기 세척 등 서비스 운영 효율과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도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협동로봇 튀김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안으로 '시간당 1만120원(2.6% 인상)'을 제시했지만 채택되지 못한 것에 반발했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그동안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지불능력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며 “경영계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방패 삼아'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터무니 없는 수수료, 물가 폭등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이 자영업자·소상공인 경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12일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부에 제출하게 된다. 고용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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