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캥거루 전각’ 출현, ‘골든 불상 5좌’의 마법[함영훈의 멋·맛·쉼]
놀이터가 된 소수서원 등 영주의 매력
[헤럴드경제(안동)=함영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부석사, 어느 유명한 기행문 처럼, 나도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다시 기대섰다. 내게 경배하는 천촌만봉에 자신감이 솟는다.
그리고 동편 지장전 기둥에도 기대어 서 보는데, 놀라운 발견을 하고 만다.
아침 일찍 삼층석탑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던 골든 부처 5좌는 가까이 가자 사라지고 없었다. 영주가 K-헤리티지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태백산에서 뻗은 산줄기는 구룡산‚ 옥석산‚ 선달산으로 솟구치다가 소백산으로 이어져 형제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을 이룬다.
부석사는 선달산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뻗은 줄기인 봉황산 아래에 계단식으로 착상했다.
이곳은 아침에 가야한다. 입구인 3층석탑 앞에서 서면, 햇살이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 드는데, 다포식 지붕 이음 사이로 황금 부처님 다섯 분이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 처럼 앉아계신다. 아침이 아니면 볼수 없는 풍경이다. 물론 가까이 가면 그분들은 안계시고, 정교하게 끼워진 다포 목재 모듈만 보인다.
다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안양루, 범종각 너머로, 이곳의 신비로운 지세와 속시원한 전망을 감상한다. 동쪽으로는 문수산‚ 남쪽으로는 학가산의 맥이 휘어들고 서쪽으로 소백산맥이 휘어 돌아 거대한 울타리를 이룬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부석사= 봉황산은 태백산 남쪽 수많은 봉우리들의 가운데 위치하니, 동,서,남쪽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봉황산을 향하여 경배하는 형상이다. 단순히 뷰맛집이 아니라, 천촌만봉이 경배하니 뿌듯함과 자신감이 여행자의 가슴에 ‘훅’ 파고든다.
명당 중 명당에 착상한 부석사는 계단식으로 지어져 입체적이다. 삼층석탑 부터 무량수전 까지 오르는 계단은 108개. 번민과 힐링(깨우침의 열반)을 상징한다. 범종각 아래 안양루로 가는 통로는 액자가 되어 K-헤리티지를 더 아름답게 감상하는 ‘선명한 미학’을 선사한다.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는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을 때 자연 및 예술 감상의 힐링효과가 크고 병이 더 잘 낫는다는 액자미학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1400년전 이런 미학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석사의 수호산 봉황산에 살던 봉황 중 한 마리는 박차고 날아올라 봉정사에 내려앉았다. 이 봉황은 나라와 고을, 중생을 지켜주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점지하는 역할까지 하나 보다. 부석사와 봉정사는 나란히 한국을 대표하는 산지승원 7곳에 포함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돼 있다.
건축가들에게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찰을 말하라면 대개 영주 부석사를 첫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부석사는 전통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맛을 모두 갖추고 있다. 창건은 676년에 했지만 남은 전각들의 건축양식으로 보아 고려 중기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부석사는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5점, 보물6점, 도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10대 사찰중 하나다.
우리나라 화엄종의 본찰로 초조인 의상 이래 그 전법 제자들에 의해 지켜져 온 중요한 사찰이다. 의상은 676년 부석사에 자리 잡은 뒤 입적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그의 법을 이은 법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석사 원융국사비에는 지엄으로부터 법을 전해 받은 의상이 다시 제자들에게 전법하여 원융국사에까지 이른 것과 원융국사가 법손이 된 뒤 부석사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 등이 밝혀져 있다.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부른데서 부석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경내에는 신라유물인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석조여래좌상(보물), 삼층석탑(보물), 당간지주(보물 ) 등이 있고, 고려시대 유물인 무량수전(국보), 조사당(국보), 소조여래좌상(국보), 조사당벽화(국보 ), 고려각판(보물), 원융국사비(도유형문화재) 등이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으로 신라 형식으로 보이는 석기단 위에 초석을 다듬어 놓고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배치하였다. 조사당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 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여행자의 시선은 저마다 달라서, 이번엔 부석사에서 캥거루 전각을 발견한다. 동편 지장전 마당에서 북쪽을 보면 아이를 품은 어미 형상의 ‘캥거루 전각 한쌍’을 본다. 바로 무량수전과 안양루있다.
▶무섬마을= 영주는 명당이 많아 많은 지식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 중 한 곳이 무섬마을이다. 경상도를 구불구불 종단하는 낙동강 줄기에는 강물이 산에 막혀 물돌이를 만들어 낸 곳이 여럿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 하여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수도리는 고택과 정자로 이루어진 전통마을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 안고 흐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다.
풍수로 보면 매화꽃이 떨어진 모습을 닮은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하부수 모양의 지형으로서, 명성과 덕망이 높은 자손이 많이 나온다는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무섬은 마을 이름인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이며, 원래 물섬이라고 불리었다. 이곳 S라인 외나무다리는 최고의 인생샷 배경을 제공한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펼쳐지며 맞은편에는 소나무,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나지막한 산들이 이어진다. 강 위로는 다리가 놓여있어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있다.
무섬마을의 역사는 16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남 박씨가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후 선성 김씨가 들어와 박씨 문중과 혼인하면서 오늘날까지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남아있다.
무섬마을은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마을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으로,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구조와 크기의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반남 박씨 입향조인 박수가 마을에 들어와 건립한 만죽재(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3호)를 비롯해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역사가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있어 조상들의 자취와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소수서원= 영주의 산과 물, 지세가 좋으니, 선비가 몰려들고, 풍기군수 주세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한국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 된 소수서원을 1543년에 지었다. 수많은 명현거유 배출은 물론 학문탐구의 소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소수서원은 건립 당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불렸는데 그 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조정에 건의하여 소수서원으로 사액되었다. 사액서원은 나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 명종임금은 손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하였다고 한다.
경내에는 강학당(보물 제1403호), 일신재·직방재, 학구재, 지락재, 장서각, 문성공묘(보물 제1402호)등이 있고, 안향 초상(국보 제111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호)등 중요유물과 각종 전적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경내에는 이곳이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숙수사지당간지주(宿水寺址幢竿支柱, 보물 제59호) 등의 불적이 남아 있다.
서원은 도학을 이상으로 삼던 사대부 사림세력들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조선시대 유교사회의 대표적 산물이다.
조선 성리학의 문화유산인 서원은 선비들이 학문을 연마하고 선현에게 제향을 올리는 곳으로 향촌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주 역할로 후에 지방유림세력의 구심점이 되었으며 나아가 중앙 정치세력의 견제 기반으로써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자율성이 존중되어 출세주의나 공리주의가 아닌 호연지기를 길렀던 민족교육의 산실이자 유교적 인재 배출의 요람으로 1543년(중종38년)에 3명의 입원유생을 시작으로 1888년까지 모두 4,300여 명이 배출되었다.
지금은 인근 백운동 계곡과 솔숲을 중심으로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놀이터가 되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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