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나 몰라라’ 축협, 홍명보 감독 선임 속전속결…‘정몽규 회장님 눈치’만 살폈다

박효재 기자 2024. 7. 14. 15: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협회 전무이사 재임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거센 비판 여론에도 홍명보 감독 선임을 강행하며 축구계 안팎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협회는 지난 13일 이사회 소집 없이 서면 결의로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코칭스태프 구성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졸속행정에 협회가 사조직이 아닌데도 정몽규 협회장의 연임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말 기습 발표, 비난 여론 피하려는 꼼수?…승부 조작 축구인 사면 데자뷔!


이번 발표는 기자들이 대부분 쉬는 토요일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져 비난 여론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우루과이와의 A매치 홈 친선경기를 앞두고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 48명을 포함한 비리 축구인 100명의 징계를 갑작스럽게 사면했던 때와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협회는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졸속 행정과 축구 팬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또 기습 발표?”, “축협은 변한 게 없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해 3월 비리 축구인 사면 결정 당시 축구협회 이사회. 대한축구협회 제공


특히 홍 감독 선임 원점 재검토 여론이 높아지던 시점에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더 거셌다.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에 이어 한국 축구 최고 레전드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까지 나서 홍 감독, 정 회장의 자진 사퇴 결단을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감독 최종 후보를 추리는 데 5개월을 보냈던 협회는 거세 비난에도 홍 감독 선임을 내정 소식 발표 엿새 만에 밀어붙였다.

거수기 전락 이사회, 정몽규 회장 장기 집권 ‘밑 작업’ 의혹


협회 이사들은 홍 감독 선임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체 23명 이사 중 2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장기 집권을 위한 ‘밑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선출되면서 사실상 협회장 연임 제한 예외 규정 자격을 얻었다. 지난 5월에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이 협회 공식 파트너로 합류하며 힘을 실었다.

협회는 앞서 2020년 정관을 변경해 협회장 선거 출마 가능 나이에 상한선(만 70세)을 뒀다. 상위 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없는 규정으로 협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의 대항마로 나설 수 있는 축구계 원로들의 출마를 제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내년 1월에 협회장 선거가 열리는 데 한때 세평에 올랐던 권오갑(1951년생)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협회장 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축구선수 출신 허승표(1946년생) 피플웍스 회장은 물론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1953년생) 등은 출마조차 할 수 없다. 1962년생으로 만 62세인 정 회장은 앞으로 2번 더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박주호 법적 대응 검토는 여전… 쓴소리 내는 인사는 본보기?


박주호 유튜브 채널 ‘캡핀 파추호’ 화면 캡처


협회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과거 비리 축구인 사면 논란 당시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던 이영표, 이동국 등 이제는 협회와 연이 없는 인사들만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축구계에서는 협회 임원 중 가장 연령대가 낮은 이들만 꼬리자르기식으로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회는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입장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라도 모종의 조치를 하겠다는 태도다. 협회에 쓴소리를 낸 인사는 어떻게든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