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도 필요"… `마그마`에 담긴 정의선 철학
정의선 "고성능차 기술을 일반차에 넣을 때 시너지 커"
제네시스도 고성능차 마그마 시동…내년부터 양산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N 브랜드의 성공 경험을 제네시스의 'N' 격인 마그마 신규 프로그램으로 이어간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자율주행과 친환경으로 집약되는 가운데서도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격 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에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한 바 있고, 이 전략은 N 시리즈에 이어 마그마까지 뚝심 있게 추진 중이다.
14일 현대차 차종별 매출 실적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아반떼의 판매량 중 아반떼 N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집계됐다. 아이오닉 5 N도 8.5%에 그쳤다.
고성능차로 큰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가격과 주행 조건 등이 제한된 시장에서 고성능차 브랜드끼리 나눠 가지는 구조이기에 연간 판매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의미 있는 수익성이 아님에도 현대차가 고성능차를 강조하는 것은 고성능차를 통한 기술 신뢰도 향상이 브랜드 전체 이미지 제고와 양산차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성능차로 수익을 내긴 어렵지만 신뢰도 상승에는 효과적"이라며 "고성능차에 적용된 기술이 양산차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이미지 제고 영향으로 양산차 판매량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차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BMW의 'M'과 메르세데스-AMG가 있다. 이들은 고성능차 출시로 기술력을 증명할 뿐 아니라, 트랙 데이 등 일반 고객들도 고성능차를 타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자사 기술의 정수가 담긴 차를 즐겨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고성능차를 경험한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상승과 더불어 브랜드의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고성능차가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고급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는 자동차가 공유 개념이 강해지기에 차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데 그중 하나가 모터스포츠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시대로 갈수록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운전하는 모터스포츠는 승마처럼 소수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로 자리할 것"이라며 "고성능차는 이 문화적 흐름에 탑승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내다봤다.
고성능차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정 회장의 지휘 하에 2015년 론칭된 현대차 N 브랜드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 TCR 월드 투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모터스포츠 세계 정상급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는 등 고성능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한 달 전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에서 벌어진 아반떼 N 절도범과 경찰의 추격전도 이러한 기술력을 방증했다. 경찰차에 부딪혀도 금방 자세를 바로잡고, 커브길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달리는 것을 보며 현대차와 아반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분위기였다.
한 네티즌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현대차의 내구성은 전차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고성능차 'N'의 성공 신화를 제네시스에서도 이어갈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11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웨스트서식스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축제 '2024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GV60 마그마 콘셉트' 등 고성능 주행 능력을 처음 시연해 보였다.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현재 라인업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을 신설해 N 브랜드를 비롯해 마그마까지 개발을 주도하며 고성능차 경쟁력 제고에 앞장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고성능차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여유'와 '자신감'에서 오는 '운전의 즐거움'"이라며 "마그마 차량을 통해 동급 차종들 중 최고 수준의 출력 및 차량 역학 제어 성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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