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트럼프, ‘총기 규제 반대’ 입장 바꿀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7.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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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뒤 AR-15 계열 반자동 소총 한 정이 수사당국에 회수됐다.
트럼프는 2022년 5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NRA 연례 총회에 참석해 "악(惡)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총기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총기 규제 강화에 강력히 반대해 온 트럼프와 공화당이 입장을 바꾸길 바란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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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뒤 AR-15 계열 반자동 소총 한 정이 수사당국에 회수됐다. 트럼프를 조준해 총격을 가했다가 즉각 백악관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요원들에 의해 사살된 용의자가 범행에 쓴 총기로 추정된다. AR-15는 무게가 3.63㎏ 정도로 비교적 가볍고 격발 시 반동이 적어 원래는 동물 사냥용으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요즘은 총기 난사 범죄의 대명사가 되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17건 중 10건에서 AR-15 계열 소총이 이용됐다. 가격이 800달러(약 110만원)로 저렴한데다 구입 절차도 간단하다니 우리로 치면 동네 편의점이 살상 무기를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대선, 총선 등 선거 때마다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수정헌법 2조다. ‘수정’이란 이름이 붙은 점에서 알 수 있듯 1789년 미국 헌법이 처음 발효될 때에는 없다가 1791년에야 추가됐다. 문제의 조항은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무기(Arms)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주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는 오늘날 미국에서 군인이나 경찰관이 아닌 민간인에 의한 총기 보유 및 사용을 보장하는 헌법적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의 TV 토론에 나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대법관을 임명할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수정헌법 2조를 잘 이해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는 대법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수정헌법 2조 수호에 훨씬 더 적극적이다. 미국의 대표적 이익단체로 회원 수가 500만명에 이른다는 전미총기협회(NRA)도 이 점을 잘 안다. 자연히 “총기 보유는 헌법상 권리”라는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한다. 총기 난사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민간인의 총기 소지 금지 또는 제한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외침은 공화당에 가로막혀 매번 허공만 맴돌다가 사라질 뿐이다. 트럼프는 2022년 5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NRA 연례 총회에 참석해 “악(惡)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총기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학교 내 총기 난사 범죄에 대한 걱정이 극에 달한 때였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교문 앞에 금속탐지기와 무장 경찰관 한 명만 배치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고집했다.
이번에 트럼프는 저격범이 쏜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며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목격자들은 “총알이 날아드는 순간 살짝 고개를 돌린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유난히 운이 좋은 사람이란 점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이 언제까지 ‘운’에 의존해야 하는 걸까. 미수에 그쳐서 그렇지 암살 시도야말로 트럼프가 말한 악 아니던가.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 신분으로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트럼프 역시 목숨을 잃었을지 모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총기 규제 강화에 강력히 반대해 온 트럼프와 공화당이 입장을 바꾸길 바란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일까.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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