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보고를 '이재명 팬카페'에서… 22대 민주당 의원들의 '뉴노멀'
② 쇼트폼 콘텐츠 홍보수단으로 애용
팬덤 편승하고 자극 좇는 행태 우려
전문가 "건강한 정당정치 회복돼야"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여 정도가 지난 더불어민주당에 낯선 모습들이 감지된다. 주로 지역구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의정활동 보고가 이재명 전 대표 팬카페에서 이뤄지는가 하면, 회의가 끝나자마자 '쇼트폼(Short-form)' 콘텐츠부터 만들어 홍보에 나서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민주당의 '뉴노멀'로 지지층과의 접촉면 확대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팬덤정치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① '재명이네 마을' 주민이 된 의원들
최근 민주당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이 전 대표 네이버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글을 남기는 일이 잦다. 전현희 최민희 김병주 김승원 강선우 양문석 이훈기 의원 등 초선부터 3선 중진까지 끼어있다. 20만 명대에 달하는 이 전 대표 팬카페 회원들이 대부분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만큼,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가장 많이 게시물을 올린 의원은 최민희 의원이다. 2년 전 대선 때부터 꾸준히 활동해 현재까지 작성한 게시물만 72개에 달한다. 22대 등원 이후에도 지역구 대의원을 모집하는 글을 올리거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격으로 방송4법 통과 소식을 보고했다. 지난 12일에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 공개 지지 발언을 했다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글을 내리기도 했다. 양문석 의원도 2년 전부터 팬카페에서 활동하며 총 64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의원들의 이 전 대표 팬카페 의존도는 당직 출마 선언 때도 드러난다. 전현희 강선우 민형배 의원은 최고위원 출사표를 팬카페에 알렸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으로 당직 선거에서 이 전 대표 강성지지층이 영향을 미치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의원 개인의 홍보뿐 아니라 당원들의 조직력 확장 무대로도 활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이자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인 김승원 의원은 지난 6일 검사 탄핵 국민청원단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검사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조사에 청원단까지 모집해 쐐기를 박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내부 경쟁자들에 대한 견제도 팬카페를 통해 이뤄진다. 양문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김동연 경기지사 저격글을 게재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 김 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의 자료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당의 한 3선 의원은 "정치란 본인 이름으로 책임을 지는 것인데 그 측면에서 선을 넘은 행동"이라며 "더욱 문제는 팬카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치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구도를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② "쇼츠 각" 쇼트폼 애용하는 의원들
짧은 길이의 '쇼트폼' 동영상에 의존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는 것도 민주당에서 더 도드라진 현상이다. 이전까지 정치 현안 설명에서는 1시간 내외의 '롱폼(Long-form)' 영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필두로 15초 내외의 쇼트폼 영상 시대가 열리면서 의원들도 유튜브 쇼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는 발언으로 본회의 파행 사태를 만들었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본회의 파행 당일 밤 유튜브 채널에 쇼츠 영상을 올려 1만 회 이상의 시청 수를 기록했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강유정 의원도 쇼츠를 애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이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자, 공식 논평 외에 별도로 쇼츠를 촬영해 "3주 넘게 떠돌더니 들어와 하는 게 드러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팬덤 정치 편승, 쇼트폼 중독 우려
민주당의 뉴노멀이 당내 흐름과 정치 유통망 변화에 따른 변화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정 정치인의 팬카페에 몰려 있는 지지층을 의식한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당장 다양성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예정된 전당대회에 나선 최고위원 후보들은 친이재명(친명)계 일색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중심의 일사불란한 지도체제를 원하겠지만, 다음 대선까지 직면할 수많은 위기와 돌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짧은 시간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자극적 콘텐츠에 집중하는 쇼트폼 역시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 효과가 크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건강한 정당정치를 구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특정 인물 팬덤에 기대서 지지층에게 손 쉽게 인기영합을 하려는 행태는 문제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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