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도했던 ‘아시아판 나토’ 결말의 교훈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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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한국이 주동이 돼 아시아·태평양협력기구체(ASPAC·아스팍)를 만들까 합니다."
한반도가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엔 유럽과 달리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대응"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집단안보기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한·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네 나라(IP4)는 11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러의 군사협력을 비판하는 첫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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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한국이 주동이 돼 아시아·태평양협력기구체(ASPAC·아스팍)를 만들까 합니다.”
한반도가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엔 유럽과 달리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대응”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집단안보기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동원 전 외무장관이 1992년 내놓은 회고록 ‘대통령을 그리며’에 따르면 그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아시아인들끼리 뭉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보자는 ‘대담한 제안’을 내놓은 것은 1964년 가을께였다. 박정희의 첫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아니, 이 장관, 지금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욕심 부리지 말고 되는 일이나 합시다.”
이동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스팍 구상이 힘을 받으려면 일본의 참여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평화헌법 등의 제약으로 인해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었다. 이동원의 회고에 따르면, 1965년 가을께 그와 사토, 시나 에쓰사부로 외무대신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 사토 형님, 이 동생 실은 대수롭지 않은 부탁이 있어 왔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무슨 부탁?”
“다른 게 아니라 아스팍 건으로 서울서 실무회담이 있는데….”
사토는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알겠소, 한번 해봅시다”라며 물러섰다. 그 결과 1966년 6월14일 서울에서 한·일 등 10개국 외교장관이 참여하는 아스팍의 첫 회의가 열릴 수 있었다. 나토가 겨냥하는 게 소련(현 러시아)이었다면 아스팍은 중공(중국)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이 모임이 잘 유지됐다면 인·태 지역에서도 나토에 필적하는 기구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임은 1972년 8월 7차 회의를 끝으로 지지부진해졌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겠다고 결심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하며 ‘데탕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을 읽은 일본은 그해 9월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하며 화해의 물결에 재빨리 올라탔다.
이후 5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신냉전’의 불길이 인·태 지역으로 옮겨붙으면서 다시 흥미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한·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네 나라(IP4)는 11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러의 군사협력을 비판하는 첫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당시 사람들이 택한 것은 중국과 ‘대결’이 아닌 ‘화해’였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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