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임신’ 몰랐던 탈북 여성...병원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한국에 온 30대 탈북 여성이 국내 한 병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하게 됐다.
14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이 탈북 여성 A(37)씨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한 달 뒤 국내 북한이탈주민 지원 의료기관의 검진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뱃속의 쌍둥이와 함께 하나원(탈북민 정착 지원시설)에 들어간 A씨는 지난 4월 퇴소했고, 경기 부천시에 거처를 마련했다.
출산을 준비하던 A씨는 출산예정일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일 오후 11시쯤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가까운 병원을 찾았으나, 임신 당뇨를 앓고 있는 고위험 산모인 그의 출산을 도울 순 없었다.
A씨는 다음 날인 4일 오전에야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 올 수 있었다. 이 병원 김석영 산부인과 교수가 집도에 나섰고, 쌍둥이는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자매인 쌍둥이들은 각각 1.68㎏, 1.64㎏로 몸무게가 적은 편이었지만, 다른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
A씨는 입원 나흘 만에 퇴원했고,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쌍둥이 자매는 오는 18일쯤 퇴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다른 가족이 전혀 없는 A씨는 두 아이의 양육과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처지다. 갓 태어난 쌍둥이 자매를 키워야 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가 평소 교류하고 지내던 한 탈북민 지원 선교사를 통해 통일부와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게 알려졌다. 사연을 접한 가천대 길병원 측은 A씨에게 국가지원금 외 진료비와 종합건강검진권을 지원키로 하고, 또 쌍둥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진료비 일부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길여 총장은 지난 11일 A씨를 만나 “혼자 쌍둥이를 기르려면 힘들 텐데, 앞으로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길병원으로 오라”며 격려하고, 육아용품을 선물했다. 이 총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된 여정 끝에 한국에 온 세 모녀가 희망을 품고 사회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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