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하 기대감 팽창…‘韓도 내릴 때 됐다’ 이어지는 권고

2024. 7. 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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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2개월 연속 연 3.5%로 유지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회현사거리 유턴 표지판 뒤로 한국은행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계는 강도와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연내 3차례 인하 가능성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도 예상보다 강한 금리 인하가 나타날 수 있게 됐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내려갔다. 이에 OECD는 올해 하반기 통화 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금리·고물가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제약을 받는 점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금리 인하 검토를 제안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 전체회의에 유상대 한은 부총재를 초청해 금리 현안을 물을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7일 예정됐다가 국회 본회의 일정과 겹치면서 연기됐다.

민생경제특위의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금리는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드라이브’를 걸긴 힘들다”면서도 “세간의 어려움이나 고충,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고,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도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한 예가 있다"며 "서민 경제의 핵심이 금리 문제임을 직시해 당과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앞서 기준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긴축 기조를 중립 수준으로 점차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했으므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가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상승시키는 등 내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긴축 기조의 점진적 조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고금리 기조도 점차 중립적으로 가면서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상황도 우리나라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고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다. 이는 5월 상승률(3.3%)보다 내려간 것은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도 밑돈 것이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터치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로, 미국에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던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에 "(물가상승률이) 2%로 가는 길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곧 금리 인하를 할 때가 무르익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현재의 5.25∼5.50%보다 낮을 가능성을 92.7%로 보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52.8%나 하루 전 73.4%보다 크게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75%포인트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하루 사이 26.2%에서 45.2%로 올라섰다. 0.5%포인트와 0.25%포인트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각각 42.0%, 8.4%였고 동결 전망(0.4%)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장 투자자들은 9월을 시작으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과 올해 마지막인 12월까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가 내릴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 JP모건과 매쿼리는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각각 11월과 12월에서 9월로 당겼다.

한은도 일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뒤 의결문을 통해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금리 인하 검토를 언급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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