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도중 피습…총격 노출된 11번째 美대통령
링컨·케네디 등 4명은 재임중 사망…음모론 낳거나 지지율 급등하기도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를 하던 도중 오른쪽 귀에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총격에 노출된 건 이번이 11번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을 계기로 역대 대통령들이 겪은 10건의 총격 수난사를 보도했다. 총기를 통한 암살 시도와 총알이 대통령 몸에 맞아 부상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 사례를 모두 포괄했다. 이 중 6명이 저격을 받았으나 목숨을 부지했고, 4명은 끝내 숨졌다.
먼저 최초의 미 대통령 암살 시도는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을 상대로 벌어졌다. 당시 잭슨 대통령은 1835년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장례식을 마치고 나오던 도중 정신질환자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총격범이 잭슨의 등을 향해 두 차례 쏜 총알이 모두 불발돼 총격은 미수에 그쳤다.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총격에 노출된 두 번째 대통령이자 이로 인해 처음으로 사망한 대통령이었다. 링컨은 1865년 워싱턴DC 포드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도중 노예제 폐지 반대론자이자 유명 배우였던 존 윌크스 부스가 쏜 총에 뒤통수를 맞아 목숨을 잃었다.
제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는 1881년 워싱턴DC의 기차역에서 총상을 입은 뒤 2개월 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총격범인 찰스 J. 기토는 가필드 당선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관직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당해 범행을 저질렀다. 가필드는 병상에서 투혼했지만 당시 의료 수준으론 그의 몸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는 1901년 뉴욕주 버팔로에서 아나키스트 레온 촐고츠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매킨리는 버팔로에서 개최된 범미국산업박람회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었다. 매킨리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총알이 위를 관통했던 터라 피격 닷새 만에 병동에서 숨을 거뒀다.
매킨리의 대통령직은 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승계했다. 제26대 대통령인 루스벨트도 한 차례 암살 위기를 넘겨야 했다. 1912년 재선에 도전하던 루스벨트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하러 이동하던 도중 술집 종업원이 쏜 총에 맞았다. 총알은 가슴을 명중했지만, 루스벨트가 가슴 안주머니에 넣었던 50쪽 분량의 연설문이 워낙 두꺼웠던 탓에 속도가 늦춰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취임을 불과 17일 앞두고 1933년 마이애미주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야외 연설을 하던 도중 총격에 노출됐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던 주세페 장가라로가 쏜 총알은 루스벨트를 빗나갔지만, 대신 루스벨트 옆에 있던 안톤 세르막 시카고 시장이 이에 맞아 숨졌다.
루스벨트가 4번째 임기 도중 뇌출혈로 숨지자 당시 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이 제33대 대통령으로 직을 이어받았는데, 그 역시 전임자의 수난을 피할 수 없었다. 트루먼은 백악관 내부 공사가 진행되던 1950년 워싱턴DC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머물던 도중 푸에르토리코 민족주의자들이 벌인 총격에 노출됐다. 그러나 백악관 경호원이 블레어 하우스 1층에서 이들을 저지하면서 2층에 있던 트루먼은 무사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총격 사건은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죽음이다. 케네디는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 유세를 위해 오픈카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리 하비 오즈월드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총격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사상 처음으로 TV방송에 방영돼 미국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소련 추종자였던 오즈월드가 범행 동기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데다 구속 도중 살해되면서 여러 음모론을 낳았다.
제38대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는 1975년 한해에만 무려 2번이나 암살 시도에 시달렸다. 1975년 9월 사아비교에 빠진 한 여성이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주의회를 찾은 포드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현장 경호원들에게 저지당해 발사 미수에 그쳤다. 두달 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선 민중 봉기를 희망한 가정주부가 비영리단체에서 연설을 하고 나오던 포드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자신이 겪은 암살 시도를 유머로 승화해 미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레이건은 1981년 노동계 인사들과의 오찬을 위해 워싱턴DC 힐튼호텔에 들어서던 도중 뇌에 총상을 입었지만, 생존했다. 총알 제거 수술을 받기 직전 레이건이 의료진을 향해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한다"고 농을 던졌다는 일화가 공개되자 그의 지지율은 급등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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