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냐 사직이냐’ 전공의, 15일까지 선택해야… 얼마나 돌아올까

정재영 2024. 7. 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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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전공의·의대생 실명 텔레그램서 공개, 경찰 수사 확대

9월에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모가 조만간 확정된다. 정부는 많은 전공의가 복귀해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병원 사정이 개선되기를 기대하지만 최근 복귀 상황과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시 등장한 ‘블랙리스트’ 등 영향으로 복귀에 큰 기대를 걸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들이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을 사직처리하면 사직 시점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반기 모집에도 복귀자가 많지 않으면 전공의 공백은 최소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부가 요구한 전공의 복귀·사직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38일간 81명 복귀했는데...”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병원별로 사직 등에 따라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수련병원들에 15일까지 복귀·사직에 따른 전공의 인원을 확정 한 뒤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청했다.

서울대병원이 15일 정오까지 복귀·사직 의사를 확인하기로 한 가운데 각 병원들에 소속된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는 16일쯤 최종 확인될 전망이다.

병원들은 전공의들과 개별 접촉하고 있지만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는데, 사직·복귀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에 빠졌다.

사직 시점도 논란이다. 전공의들은 2월19∼20일 집단사직했는데, 정부는 당시 병원들에 사직서수리금지 명령을 내렸고 6월4일 이 명령을 철회했다. 전공의들은 2월을, 정부는 6월4일 이후를 사직시점으로 주장하는 배경이다. 전공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최근까지 재취업을 못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본격화하고, 정부 입장대로면 전공의들은 사실상 퇴직금 없이 병원을 나가게 된다. 전공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빅5’ 병원 등은 정부 입장을 따르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가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미복귀 전공의 처분마저 철회했지만 복귀하는 전공의는 드물다.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11일 기준 8.0%인 1094명만 출근했다. 전공의에 대한 각종 명령을 철회하기 전날인 6월3일(1013명) 대비 81명만 추가로 복귀한 것이다. 전공의 2년차 이상인 레지던트 사직률은 전체 1만506명 중 0.66%인 69명이다.

정부의 명령 철회 및 추가 조치가 사실상 전공의들의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전공의 공백이 2024년 수련이 시작되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요구한 전공의 복귀·사직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사가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가 부착한 성명서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수련 특례’도 반감, 교묘해진 ‘블랙리스트’

정부는 전공의 가을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지침을 완화하는 ‘수련 특례’를 꺼내들었지만 의료계는 여기에도 반발하고 있다. 37개 수련병원 교수들은 최근 “복지부는 9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지 않는 전공의는 내년 3월 복귀가 불가하다고 밝혔다”며 “차별적, 선택적 수련 특례 적용은 복지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관련 규정을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복귀·미복귀 전공의를 차별해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사 커뮤니티에선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전임의를 색출하는 ‘몰상식’이 또다시 벌어져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배신자 낙인찍기’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개설된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엔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전임의 60여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글 제목엔 ‘감사’라고 적었지만, 정부 정책에 호응한 동료들을 색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글 작성자는 “주 1회 정도 공지하겠다”면서 “복지부 장관님의 뜻에 따라 이 시국에도 환자만을 위해 의업에 전념하고 계신” 의대생·전공의·전임의 이름과 학번, 병원, 진료과 등을 제보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리스트에 있지만 정보가 부족하면 추가 정보를 제보해달라”면서 “명단을 널리 알려달라”고 도 적었다.

정부는 잇따른 블랙리스트 등장에 수사를 확대해 관련자를 엄벌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0일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개원의 2명, 전임의·전공의·군의관 각 1명 등 의사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집단사직에 불참한 전공의를 ‘참의사’로 칭하고 일부의 개인정보를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적십자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평균 혈액 보유량은 4만8636유닛으로, 작년 동월(3만4107유닛) 대비 42.6% 늘었다. 대한적십자사는 올해 헌혈 건수가 작년과 비슷한만큼 ‘의료공백으로 인해 수술 건수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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