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역대 암살 시도 15건…현직 4명 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13일(현지시각) 일어난 저격 살인 미수 사건은 미국에서 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자와 후보 등 정치인에 대한 암살 등 빈번한 정치폭력의 위험성을 다시 드러냈다.
의회조사국의 지난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과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는 모두 15차례나 일어났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암살 시도는 1835년 앤드루 잭슨 당시 대통령에게 가해졌다. 범인 리처드 로런스가 발사한 권총이 불발되면서, 잭슨은 목숨을 구했다. 범인은 “잭슨이 자신에 돈을 갖지 못하게 하고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정신 이상으로 판명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는 그 이후 4명의 미국 대통령 목숨을 앗아갔다.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1881년 제임스 가필드, 1901년 윌리엄 맥킨리, 1963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암살됐다. 4차례의 대통령 암살은 숨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반대와 정치적 견해가 범행 이유로 거론되나, 명확한 동기와 배후는 불투명한채로 남아있다. 따라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어, 음모론이 여전하다.
케네디를 마지막으로 암살로 숨진 대통령은 없었으나,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4명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해 암살 시도 빈도가 잦아졌다.
1975년에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은 17일 간격으로 두차례나 암살 저격 미수 사건을 겪었다. 그는 9월5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방문하다가, 불과 1m 앞에서 광신적 종교집단의 교도인 리넷 프로미(당시 27살)의 권총 저격을 경호원의 제지로 모면했다. 프로미는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삼나무 숲인 레드우즈의 파괴를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포드는 17일 뒤인 23일에도 샌프란시스코을 방문해 호텔을 나서다 프로미와 같은 종교집단 소속인 사라 제인 무어(당시 45살)로부터 권총 저격을 당했으나, 총알이 2∼3m 빗나갔다.
1981년 3월30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나서다 존 힝클리(당시 26살)가 권총으로 쏜 총알이 가슴에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레이건은 폐와 갈비뼈가 상하고, 내부 출혈이 심해 생명이 위독했으나, 긴급 수술을 받고 소생했다. 범인은 당시 유명 배우로 떠오른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1994년 10월9일 프랜시스코 마틴 듀런이 백악관 담장을 넘어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죽이려는 목적으로 반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전과가 많았던 듀런은 재판에서 정신이상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그가 정부와 클린턴에 대한 증오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2005년 조지아 트빌리시 방문 때 수류탄 투척 공격을 받았으나, 수류탄이 불발됐다. 범인 블라디미르 아르튜니안은 조지아 내의 아자라의 분리 독립주의를 주장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자나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도 잦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1933년 대통령 당선자 때에,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12년 대통령 후보 때 암살 공격을 받았다.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암살당했다. 전후 미국에서 대표적인 인종주의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조지 월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는 197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저격을 받고 전신마비가 됐다. 범인인 아서 브레머(당시 22살)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불만을 품고,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불가능하자 월러스를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다.
15건의 사건 중 11건이 권총, 2건이 자동소총, 1건이 수류탄에 의한 범행이었다. 미국에 만연한 총기소지 문화가 대통령 암살 등 정치폭력의 배경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나 후보의 야외 공개행사에서 총기 소지를 막을 현실적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암살 시도에 직면했던 트럼프는 총기 소유를 열렬히 지지하는 적극적 지지층을 갖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근 정상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 2021년 7월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이 쏜 총탄에 살해됐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야마가미 데쓰야가 촌 사제총기 총탄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시 41살이었던 야마가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의 관련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 사건은 이후 일본 집권 자민당과 통일교 밀착 논란으로 불거져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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