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장남’ 유대균 횡령금에 대한 세금 11억… 대법 “정당하다”

박혜연 기자 2024. 7. 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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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53)씨가 회사에 돌려준 횡령금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횡령금을 자발적으로 돌려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낸 세금까지 취소받을 순 없다고 본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세모그룹 유병언씨의 장남 유대균씨. /남강호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유씨가 서울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씨 승소로 판결을 내린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세월호 사건 이후 유씨 일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유씨가 2002~2013년 세모그룹 계열사 7곳으로부터 약 7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발견해 재판에 넘겼다. 유씨는 2015년 9월 대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이 형사 재판과는 별개로 2014년 서초세무서는 유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세무서는 세모그룹 계열사인 ‘청해진해운’과 ‘천해지’가 상표권을 제공받지 않고 유씨에게 각각 35억·13억원의 사용료를 냈다고 보고, 이를 유씨의 ‘기타소득’으로 처리했다. 이에 2017년 9월 유씨에게 약 11억 30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고지했고, 유씨는 이를 납부했다.

하지만 유씨는 “횡령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5년에 이미 두 계열사(청해진해운·천해지)로부터 받은 돈을 반환했다”며 반발했다. 유씨는 이미 돌려준 횡령금에까지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유씨가 횡령금을 반환한 것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의 ‘후발적 경정(更正)청구’ 사유가 되는지였다. 후발적 경정청구란 납세자가 과다하게 세금을 납부한 경우, 납세자가 당국에 세금을 다시 계산할 것을 청구해 잘못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심은 유씨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위법한 소득이 사후 정당한 절차에 따라 환수돼 경제적 이익을 상실한 경우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를 조정하면 충분하다”며 “반환한 이득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은 유씨가 횡령금을 돌려준 것은 형사재판에서 양형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후발적 경정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횡령한 돈을 자발적으로 돌려줬다고 해서, 이미 냈던 세금을 취소받을 순 없단 의미다.

대법은 “횡령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의한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반환 여부 또는 반환을 위한 구제절차의 진행 여부 등이 당사자의 의사에 크게 좌우한다”며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와 공모해 법인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 사후에 그 귀속자가 형사재판에 이르러 해당 횡령금 상당액을 피해법인에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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