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美 대선 3개월여 앞두고 유력후보 암살미수에 선거판 '출렁'

김경희 2024. 7. 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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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측, 피격 후 주먹 들어 올린 사진으로 지지층 결집…'바이든탓' 공세도
민주, 바이든 후보 사퇴 압박 주춤할 가능성…'증오·분열의 정치' 자성론도
피격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버틀러[美 펜실베이니아주]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국면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가 공개 유세 도중 암살 시도로 의심되는 총격을 당해 상해를 입은 사태 속에 피격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정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총격을 일으킨 범인과 배후가 규명되지 않아 사건의 전모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외부 세력이 개입됐을 경우 파장은 더 크겠지만 미국인에 의한 내부의 정치테러일 경우에도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서로를 향해 도를 넘은 비난을 퍼부어 온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이 같은 사태까지 발생했다는 비판론의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벌써 미국 정치권 전체에 근본적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과 관련한 사실들을 실시간 속보로 전달하면서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대선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 분석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정치 테러 직후 지지층 결집 현상이 두드러진 만큼 가뜩이나 팬덤이 두꺼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지지층 결집은 한층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총알이 관통해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테러에 굴하지 않은 강한 인상을 남기고 단상에서 내려갔다.

고령 리스크 논란으로 후보직 사퇴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쟁관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비교해 유권자들에게 강인한 지도자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미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의 이런 사진을 널리 알리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또 정치 테러에 대한 규탄이 테러의 희생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를 경우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일부 부동층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기울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한국에서도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선거 판세가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기운 바 있다.

단순한 대입은 어려운 구조이지만 여론 지형 자체가 정치 테러 피해자에게 우호적으로 흐르는 경향 자체는 이번에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펜실베이니아 유세 [버틀러(美펜실베이니아주)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이번 피격에도 후보 지명을 위한 전대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에도 화려하게 등장해 건재를 과시하면, 일종의 영웅 서사 성격으로 전대 컨벤션 효과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태는 좋으며, 공화당 전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가 예정대로 전대 일정을 소화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으로 정국의 모든 이슈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 역시 당장은 상대적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태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대국민 연설에 나서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며 단호한 규탄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강한 규탄 움직임에도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해 비난을 쏟아내며 그에 대한 대중의 증오를 조장했다는 주장에서다.

공화당의 유력한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사건 직후 트윗을 통해 "바이든 캠프의 핵심 전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저지돼야 하는 독재자라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직접적으로 이끌었다"고 규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 같은 프레임을 대선 내내 끌고 갈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국면 전환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 문화에 대한 근원적 자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나단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분노의 시대인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분노와 공포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것이 그 대가"라고 비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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