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겨냥한 총들…미국서 역대 4명 총 맞아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 현장에서 총에 맞아 부상을 입으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 등 거물급 정치인을 겨냥한 피격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최대 총기 국가인 만큼 총에 맞아 사망·부상한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도 많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FP통신·AP통신·CNN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귀를 다쳐 피를 흘리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연설을 시작한 지 6분 22초가 지난 무렵 현장 인근 지붕에서 쏜 저격범의 총탄이 트럼프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 트럼프는 오른쪽 귀를 만지면서 움찔한 뒤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고 1초 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연단으로 뛰어들어 트럼프 주위로 인간 방패막을 펼쳤다. 곧이어 중무장한 경찰관이 연단 주위를 엄호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역 의료 시설에서 검사받고 있고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며 "이 끔찍한 행위가 벌어지는 동안 신속한 조처를 해준 법 집행 기관과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상에 그쳤지만 총에 맞아 숨진 미국 역대 대통령은 4명에 달한다. 제16대 미국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5년 워싱턴DC의 한 극장에서 남부 출신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제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는 1881년 워싱턴DC 기차역에서 정신질환자 찰스 기토가 쏜 총에 암살 당했다.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는 1901년 무정부주의자 레온 촐고즈에 피습을 받고 숨졌다.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던 중 리 하비 오즈월드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퍼레이드 현장이 TV 방송으로 생중계되던 상황이어서 미국인들은 총에 맞고 쓰러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부상을 당한 경우도 많다.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 등도 총격 피해를 입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경우 재킷 안쪽에 50장 분량의 연설문을 접어 넣었는데 총알이 이를 관통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던 일화로 유명하다.
제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 등이 벌인 두 차례 암살 시도를 겪었다.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1년 워싱턴DC 시내에서 정신질환자인 존 힝클리가 쏜 총탄에 가슴을 맞았으나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변을 당한 사례도 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뉴욕주 상원의원이었던 로버트 F. 케네디는 196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뒤 숨졌다. 로버트 F. 케네디는 캘리포니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날 밤 로스앤젤레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총에 맞았다. 1972년 조지 월리스 앨라배마 주지사는 워싱턴DC 외곽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운동 행사 후 총에 맞았다. 이 사건으로 그는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 재임 시절에는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백악관을 향한 두 차례 총격 시도가 있었다. 2011년 아이다호주 출신의 20대 청년이 오바마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며 백악관 앞 도로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백악관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2016년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 30대 청년이 백악관 검문소에서 총기를 꺼내 들었다 현장에서 경호원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바 있다.
AP통신은 이날 총격범에 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은 레이건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43년 만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려는 첫 시도였다고 짚었다. 또 로버트 F. 케네디 암살 사건 이후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경호 기준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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