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고2 딸에 “이 꽉 깨물어” 폭행 부모…징역 1년 집행유예

경찰. 게티이미지뱅크

거짓말을 하고 사흘간 무단 외박했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딸을 폭행한 친부와 새엄마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친부 ㄱ(56)씨와 새엄마 ㄴ(5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ㄱ씨는 지난해 12월18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친딸인 ㄷ(17)양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ㄴ씨는 스마트폰 케이스 모서리로 ㄷ양의 눈 밑과 콧등을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는 ㄷ양을 향해 “너 때문에 집안 꼴이 이게 뭐냐, 아빠에게 사과해”라며 ㄷ양의 머리채를 잡아 ㄱ씨가 있는 주방으로 끌고 간 뒤 코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ㄱ씨 등은 ㄷ양이 같은 해 12월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학교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처럼 자신들을 속이고 외박을 한 사실을 알게 되자 화가나 귀가한 딸을 상대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ㄱ씨는 “호적을 파버리겠다. 이 나갈 수도 있으니 꽉 깨물어”라고 말하며 뺨을 여러 차례 때렸고, “살려달라”는 딸의 목을 강제로 조른 뒤 흉기 1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걸로 네 손으로 죽어라”고 말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다.

피해 직후 ㄷ양은 학교 쪽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학교 쪽은 ㄷ양의 부모를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ㄱ씨는 “네 손으로 죽어라”라고 말을 한 적이 없고, ㄴ씨는 스마트폰 케이스로 두 차례 머리를 쳤을 뿐이라며 범행 일부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2인 피해자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상황을 담고 있고, 피해 신고 직후 얼굴 사진이나 코뼈 골절 진단서 등의 증거로 볼 때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부모를 속이고 무단으로 외박한 피해자의 행위가 이 사건의 발단이지만 얼굴을 휴대전화로 때리고 흉기로 스스로를 찔러 죽으라고 말한 것은 정당한 훈육이나 교육의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행위다. 일부 범행을 부인하는 점과 피해자와 화해하거나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