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유세장 인근서 트럼프 정조준…“지붕서 포복 상태로 있었다”

비밀경호국 “관람객 1명 숨지고 2명 중상…여러 발 발사”
총격범이 소지한 AR-15 공격용 소총 회수, 전국 구매기록 확인
목격자 “지붕 위 총격범 있었지만 유세 중단 없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13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을 받고 얼굴에 피를 흘리며 긴급 대피하고 있다. ⓒ AP=연합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유세장 밖 건물에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격범이 총을 든 채 유세장 인근 건물 지붕에 포복해 있다가 암살을 시도하면서 부실 경호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한 비밀경호국(SS)은 13일(현지 시각) 총격 용의자가 유세장 밖 높은 장소에서 여러 발을 발사했으며, 경호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밀경호국은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진행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 중 오후 6시15분께 총격 용의자가 유세장 밖에 있는 높은 위치에서 무대를 향해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총격범을 무력화했고 총격범은 숨졌다"면서 "유세를 지켜보던 한 명이 숨졌고, 두 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밀경호국이 신속히 대응해 보호 조치를 했고 전직 대통령은 안전하며 (신체) 상태를 진단받고 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이며 비밀경호국은 연방수사국(FBI)에 (이를)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FBI는 성명에서 "FBI 요원들이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현장에 있으며 FBI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밀경호국과 함께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사법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일어난 총격을 암살미수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버틀러 카운티의 리처드 골딩거 검사는 총격범이 유세장 인근 사무용 건물 옥상에 있었으며 이 건물은 경호 범위 밖이었다고 밝혔다. 유세에 참석하는 이들은 소지품 보안 검색을 받지만 총격범은 유세장 밖에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이 갖고 있던 AR-15 공격용 소총을 회수했으며 전국 무기 구매 기록을 확인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13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자 경호원들이 연단으로 뛰어 올라가 엄호하고 있다. ⓒ AP=연합

BBC는 사건 당시 총을 든 괴한이 공격이 이뤄진 건물 위로 올라가는 것을 봤지만 경찰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목격자의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목격자는 BBC에 "(우리가 서 있던 지점에서) 50피트(약 15m) 떨어진 옆 건물의 지붕 위에서 총격범이 포복하며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그 남자를 가리키며 근처의 경찰에 이를 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비밀경호국 요원들도 인근 건물 옥상 등에서 주변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지붕 경사 등으로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발포를 막는 데 실패했다.  

목격자는 유세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총격범이 있는 건물을 보고 있던 찰나 "다섯 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총격 직후 얼굴에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나는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알에 맞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며 "피를 많이 흘렸으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총격범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유세장에서 사망한 사람 및 심하게 다친 사람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하고 싶다"면서 "총격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한 경호국 및 법집행 당국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