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카네코르소, 대교 재현...김태곤 감독이 밝힌 '탈출' 비하인드는? [mhn★인터뷰②]

장민수 기자 2024. 7.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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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감독,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연출
"일상 속 재난에 이상한 요소 가미됐으면 했다"
"가족 클리셰? 재난 영화서 가장 몰입 쉬워"
"6분가량 편집...속도감 높이는 쪽으로 선택"

'탈출' 김태곤 감독 "故이선균, 의지하고 싶었다...큰 힘 됐죠" [mhn★인터뷰①]에 이어서...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가 오랜 기다림 끝에 공개됐다. 속도감 높은 전개와 완성도 높은 세트 등에 따른 호평도 있지만, 기존 재난 영화에서 보던 익숙함이 아쉽다는 평도 적지 않다. 김태곤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먼저 김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관객들 반응 보면서 감정이 과잉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이 지금 트렌드에 뒤처진 느낌도 있었다"라며 재편집을 가져간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감정을 이끄는 음악도 담담하게 가져가려 했다. 관객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라고 봐서 그런 부분들 수정했다"라며 "속도감, 긴장감을 올려서 장르적인 재미를 훨씬 더 많이 느끼게 만들려고 했다"라고 지향점을 전했다.

이에 기존 편집본보다 러닝타임이 약 6분가량 줄어들게 됐다. 덕분에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반대로 캐릭터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진 감도 없지 않다.

김 감독은 "원래 각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사건 발생 전 전사들이 더 있었다. 사고 이후 사건도 더 있었는데, 호흡에 대한 부분들이라 걷어내기도 했다. 사건 속도감을 높이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긴장감을 통한 재미에 더 집중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세상에 없는 걸 있다고 계속 얘기하면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본 쓰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그런 부분을 차라리 더 간결하게 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라며 한가지 예로 실험견 '에코'들에 대한 설정을 설명했다.

극 중 에코는 머리에 이식된 칩의 영향으로 인간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이는 애초에 구조견의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라고.

김 감독은 "무너지고 붕괴된 현장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입력하면 개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구조용으로 개발이 됐다. 근데 군대 입장에서는 작전용으로 개발할 수 있겠다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과학적으로도 가능한 부분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했는데 그런 설명을 다 넣기에는 너무 복잡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전했다.

개들의 집단행동과 공격성에 대해서는 "구심점은 E-9이고, 개들끼리 소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목표는 탈출이다. 그런데 유독가스에 막히고, 총 든 사람들이 나오니 위협적으로 느꼈을 거다. 군사 훈련을 받았고, 혼돈의 상황에서 필요하면 민간인도 죽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거다"라며 "최종 목표는 양박사(김희원)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들의 목표나 상황에 더 비중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개에게 더 포커싱을 두면 장르가 바뀌더라. '혹성탈출'처럼 더 의인화되기도 한다. 그러면 대결 구도도 바뀌고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를 비롯해 자매, 노부부 등 '가족애'로 얽힌 여러 관계가 등장한다.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셉트인 탓에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김 감독은 "부성애, 가족애 등을 클리셰라고 얘기하지만 이런 재난 영화에서 관객이 가장 몰입하기 쉬운 게 가족 관계라고 본다. 그래서 많은 재난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어떤 식의 재난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될 터다. 이번 작품에서는 공항대교라는 한정된 공간과 더불어 동물실험으로 탄생한 군견이 핵심 소재로 활용됐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이유는 뭘까.

먼저 대교에 대해서는 "한정된 공간이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고립시킬까 생각했다. 인천공항에 가려면 그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곳이 위치적 특성상 안개가 자주 낀다는 점도 고려했다.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재난 상황에서 다른 이상한 요소가 가미되면 좋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현실감 있는 장면을 위해 1300평 규모 세트장에 아스팔트를 깔며 대교의 모습을 그려냈고, 300대 이상의 차량을 동원해 사고 상황을 재현했다. CG가 아닌 실제로 세트를 지은 이유는 높아진 관객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서 몰입감 위해서는 세트도 현실감이 있어야 했다. 다리를 짓는 데 있어 기본 구조나 재료는 실제 대교 건설에서 쓰는 재료들을 썼다"고 비하인드도 전했다.

실험견의 등장은 김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하던 중 20여 마리의 들개들을 마주하고 공포감을 느꼈었다고. 그는 "개는 친숙한 존재지만 위협적으로 바뀌었을 때 오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라며 역시나 "일상이 뒤바뀌는 체험을 관객에게 전해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창작자로서 가진 의문도 더해졌다. 그는 "생각해 보면 그 개들도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왜 들개로 변했을까 하는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주제적, 의미적으로 같이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의도를 전했다.

대교와 달리 실험견은 CG를 활용해 구현했다. 김 감독은 "원래는 실제 개들을 데리고 하고 싶었다"라면서도 "근데 개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적절한 시간에 휴식도 부여해야 했기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험견의 종을 카네코르소로 택한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김 감독은 "개를 클로즈업할 때 다양한 표정이 담겼으면 했다. 카네코르소를 보니까 가만히 있는데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있더라. 털도 짧은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페이소스와 위협감 모두 담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결국 실제 개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그래픽을 입혀 구현하게 됐다. 그는 "속도감, 위협감, 무게감을 가중시키고자 했다. 개의 움직임, 공격성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래픽 활용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김 감독은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힘들었다. 개의 동선, 방향성, 타격하는 느낌 등을 배우들 각자가 머리에 그리는 게 다 달랐다. 그걸 하나로 뭉쳐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하나씩 뜯어보면 아쉬움은 계속 남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김 감독은 "우여곡절도 많았고, 어렵게 잉태한 아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면서 "대단히 큰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장르적으로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차기작에 대한 힌트도 전했다. 현실 속에서 자신도 모른 채 5-7m 거인으로 발현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성장영화라고. '탈출'을 통해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김태곤 감독.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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