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XR 동맹' 이번엔 성공할까…LG와 동상이몽
LG전자는 보류한 XR 사업…삼성은 구글과 협력해 재도전
483만 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분기 판매량 75% 감소 전망
[서울=뉴시스] 오동현 윤정민 기자 = 전 세계 확장현실(XR) 시장에서 삼성전자-구글, 메타, 애플의 3파전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업해 연내 '갤럭시 XR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메타 '퀘스트', 애플 '비전 프로'와 경쟁하는 차세대 폼팩터 제품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과거 삼성전자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VR(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에서 동맹을 맺었다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번엔 구글과 손 잡고 재기를 꿈꾼다.
LG전자가 불투명한 XR 시장 상황을 고려해 메타와 XR 사업 협력을 보류했지만,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XR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XR 헤드셋 시장의 지난해 연간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길게 보면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VR/AR 기기 출하량은 지난해 1000만대 이상으로 관측됐으며, 2027년 3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XR 시장 규모가 연평균 34.94% 성장해 2024년 1055억8000만 달러에서 2029년까지 4723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새 XR 플랫폼 기대해 달라"
지난해 2월 갤럭시 S23 시리즈를 공개한 언팩에서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함께 XR 동맹을 깜짝 발표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XR 기기가 나올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있었는데 노 사장이 이날 언팩에서 XR 플랫폼 출시를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콘텐츠 등 XR 생태계가 우선 구축돼야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 후 기기 출시 계획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릭 오스터로 구글 플랫폼 디바이스 사업 총괄(부사장)도 이날 언팩에 출연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자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비롯한 갤럭시 시리즈 전반에서 차세대 경험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삼성, 퀄컴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XR과 같은 미래 기술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기어 VR' '오디세이' 선보였던 삼성, 이번엔 구글과 맞손
녹록치 않은 XR 시장…LG전자 사업화 연기, 애플 비전프로 판매 부진
과거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와 2014년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 기반의 '기어 VR' 헤드셋을 출시한 바 있다. 2017년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윈도 PC VR 헤드셋 '오디세이(Odyssey)'도 출시했다. 하지만 두 헤드셋 모두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엔 구글-퀄컴과 연합해 XR 시장에 가세한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OS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을 활용한 신형 XR 헤드셋을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올초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생태계를 위해 우리는 어떤 플랫폼과 협력할지 고민했고, 결국 구글과 함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서비스 파트너십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XR 관련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5월 미국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애플의 '비전 프로'에서도 쓰인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XR 합작품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탑재될 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태문 사장은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AI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더 크게 도약하고자 한다. 모바일 AI의 다음 개척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는 대조적으로 LG전자는 사업 구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며 메타와 협업하기로 한 XR 사업화 계획을 미뤘다. 관련 인력들도 다른 부서로 배치하기로 했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나 XR 기기 협업 방안을 모색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업화를 늦춘 것이다.
LG전자는 메타와 '메타 퀘스트 프로 2세대'와 관련해 협력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타의 XR 헤드셋에 필수적인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는 물론 운영체제(OS) 분야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대를 모았다.
LG전자가 XR 사업화를 보류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건 불투명한 시장 여건 때문이다. 당분간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XR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애플이 지난 2월 미국 시장에 '비전 프로'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분기당 10만대도 팔리지 않았고, 이번 분기 판매량도 7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본 제품(256GB)의 가격이 무려 3499달러(약 483만 원)라는 점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XR 시장 점유율은 메타가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며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메타 퀘스트3'의 경우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한 499달러(약 69만 원)에 출시돼 지난 4분기에만 200만대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애플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보급형 '비전 프로'의 절반 가격도 안 된다.
메타와의 시장 경쟁에서 열세를 보인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까지 전면에 나서며 '비전 프로'를 홍보하고 있다. 최근 영국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영상 콘텐츠를 보는 데 비전프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누운 자세로도 대형 TV를 정면에서 시청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비전 프로의 장점을 알렸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XR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시점은 '비전 프로'의 보급형 제품이 출시되고 삼성전자와 중화권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2025~2026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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