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으로 본 그 영화, 제작비 0원이라고?”...할리우드는 지금 AI 열공중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7.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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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AI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 걸까?’(레오 캐논 감독)의 한 장면 /자료=BIFAN 집행위원회
요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이라고 답할 거예요. 이제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여러 산업을 바꿔놓고 있다는 소식들은 조금은 지겹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오늘은 그나마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느낄 만한 ‘AI 영화’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고 해요. 순수하게 AI만으로 만들어 낸 영화들이 슬슬 등장하고 있고, 곧 이런 움직임이 영화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AI로 영화를 만든다고?
우리나라 국제영화제 중 처음으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만든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속속 수상작이 발표되고 있어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 이 영화제는 영화의 영상이나 음향, 각본에 1개 이상의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을 출품받았는데, 특히 각본을 제외한 영상·음향 제작에 AI를 사용한 작품들이 여럿 출품돼 큰 주목을 받았어요.

사실 AI로 만든 영화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시상하는 움직임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올해 들어 여러 AI 영화제가 열리고 있죠.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1회 인공지능영화제(AIFF)’에는 500편 이상의 출품작이 접수됐다고 해요. 이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원 모어 펌킨’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부천영화제에도 초청받았어요.

특히 주목받았던 건 판타지·공포 장르의 3분짜리 단편인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간 제작비가 전기요금뿐이었고, 제작에 든 기간은 5일에 불과하다는 점이었어요. 모든 장면과 음성, 배경음은 생성형 AI에 텍스트를 입력해 만들었죠. 촬영은 물론 컴퓨터 그래픽(CG) 작업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영화를 만들 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당시 무료로 공개된 AI였다고 해요.

생성형 AI로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의 한 장면/자료=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책상 앞에서 영화를 만드는 방법
AI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 여러 장면을 AI로 만들어 내는 방법이겠죠. AI 영화를 만들 땐, 장면을 묘사하는 글을 입력해서 영상을 생성해 내는 AI를 써요. 디그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오픈AI의 ‘소라’ 같은 생성형 AI를 쓰면 돼요. 소라는 아직 대중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 등에는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소라 외에도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콰이서우의 ‘클링’, 미국 스타트업인 런웨이의 ‘젠-3 알파’ 등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AI 도구들이 출시되고 있어요. 구글도 지난 5월 행사에서 ‘베오’라는 동영상 생성 AI를 발표했고요. 어떤 단어들을 입력하느냐에 따라 다른 영상이 생성되기 때문에 머리로 상상한 장면과 AI가 만들어 주는 영상이 잘 맞아떨어지도록 묘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특정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 외에도 영화 제작 과정에는 다양한 AI를 사용할 수 있어요. 아예 이야기를 구상하는 각본 초안 작성 단계에서도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미 완성된 각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AI를 쓸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흥행한 작품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AI의 도움을 받아 각본을 수정할 수 있게 된 거죠.

영상에 들어가는 목소리는 음성 생성 AI로 만들면 되고, 배경음악도 작곡 AI를 쓰면 쉽게 해결돼요. 만약 영상을 AI로 만들지 않고 직접 촬영할 거라고 해도, 다양한 작업에 AI 활용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촬영 장소를 선정하는 일은 정말 큰 작업인데, AI가 수많은 장면들을 보고 적절한 장소들을 추천해 줄 수 있어요.

점점 확산하는 AI 활용 움직임
아직 동영상 생성 AI는 한 번에 2분가량의 짧은 영상만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짧은 영상이 필요한 광고계에서 적극적으로 쓰려는 분위기라고 해요. 물론 영화계에서도 각본 초안 구성, 배우 캐스팅, 촬영 장소 선정, 자막 작업 등 여러 과정에 부분적으로는 활용되고 있어요.

특히 영화계에서는 많은 인파가 등장하는 장면, 특정한 배경이 필요한 장면 등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촬영 대신 생성형 AI를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래요. 최근 인기를 얻은 국내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경우 주인공이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걷는 환각 장면에 생성형 AI를 썼어요. 영상 자체는 직접 찍었지만, AI로 만든 자작나무 숲 이미지를 고화질 대형화면에 배경으로 띄워 놓고 바닥에 눈을 깔아 감쪽같은 장면을 만들어 냈어요.

지난달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콘텐츠산업포럼’에서 CJ ENM 관계자가 드라마 ‘눈물의 여왕’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확실한 건 영화계에서 AI의 활용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할리우드에선 배우와 작가들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활용에 대항하기 위해 파업을 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단계를 지난 거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는 AI는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니까요.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인 타일러 페리가 ‘소라’의 영상 생성 기능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아 8억 달러(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스튜디오 확장 계획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해요.

우리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대형 영화사들은 모두 사실상 AI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월트디즈니는 지난해부터 AI 전담 특별팀을 꾸려 인재들을 끌어모으려 노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소니픽처스는 영화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어요.

물론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을 벌였던 이유인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건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문제로 남아 있긴 해요. 오픈AI의 소라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영상들을 허락 없이 학습에 썼다는 의혹을 여전히 받고 있고요.

어느새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 AI 영화 시대. 아직 완전히 AI로 만든 영화는 단편밖에 없지만, AI 영화를 만들어 본 감독은 “1년 안에 장편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데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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