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으로 다 찢는다…미국이 꽁꽁 숨겼던 ‘미사일 킬러’ 정체는 [박수찬의 軍]
‘상대방보다 더 먼 거리에서 공격한다.’ 최근 공중전에서 주목받는 핵심 개념이다. 적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성능을 갖추지 못해도 장거리 유도무기를 탑재하면 전장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이 사거리가 200㎞에 달하는 미티어·PL-15 공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같은 추세가 뚜렷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도 장거리 공대공 전투능력 강화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유럽과 중국에 열세이던 미국이 단번에 이를 만회해 다양한 공격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대공 미사일을 공중전에 쓴다
최근 하와이 일대에서 이뤄지는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선 미 해군의 비밀 프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SM-6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한 F/A-18이 등장한 것이다.
수년 전부터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왔던 SM-6 공중발사구성(ALC)이 베일을 벗은 셈이다.
AIM-174B로 알려진 공대공 SM-6는 F-35에 탑재하기 위해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차세대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 AIM-260과는 별개다.
AIM-260은 현재 쓰이고 있는 AIM-120을 대체하는 미사일로서 미 해군 항공대도 쓸 예정이다. 그런데도 미 해군은 F/A-18에 SM-6를 체계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미 개발 중인 미사일이 있는데도 굳이 SM-6를 장착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SM-6 특성과 미 해군이 처한 환경에 기인한 바 크다.
사거리 3000~4000㎞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 시험과 수상 표적을 겨냥한 대함 공격 시험에 성공했고,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쏜 대함 탄도미사일도 요격했다. SM-3 함대공미사일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다양한 임무에 사용할 수 있다.
AIM은 공대공 기능을 갖춘 무기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전투기 탑재 SM-6가 공중전에 주로 쓰일 것이라는 의미다. 기존의 그 어떤 공대공 무기보다 치명적이고 활용도가 높다.
SM-6 장착 전투기는 초장거리 공격능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미 해군은 냉전 시절 영화 ‘탑건’으로 유명해진 AIM-54 피닉스 미사일로 장거리 공대공 능력을 유지했으나, F-14 전투기 퇴역 이후 이같은 능력이 사라졌다.
SM-6는 미 해군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0여년 동안 사용하면서 성능이 검증됐고, 대량생산이 이뤄져서 운영유지도 쉽다.
전투기는 함정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인다. 이지스구축함에서 SM-6를 발사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고, 돌발적인 상황에 맞설 유연성도 높다.
이는 중국군의 감시정찰 및 원거리 타격력을 약화시킨다. 중국 H-6K 폭격기는 순항미사일과 공중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 DF-17 극초음속미사일도 상당한 위협이다.
미 해군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이들을 요격할 수 있다면, 항모타격단과 상륙함대는 더욱 안전해진다.
중국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 해상초계기 접근을 거부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중국 감시정찰자산이 미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면, 중국 킬 체인도 위력이 반감된다.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는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이 중국을 상대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2010년대 초에 만들어진 DF-21D는 사거리가 1500㎞로 알려져 있으며, 2018년에 중국이 존재를 인정한 DF-26은 사거리가 4500㎞로 추정된다. 괌 미군기지를 비롯해 서태평양과 인도양 다수 지역의 미군 기지와 핵항모 등을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가 길고 핵항모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은 유사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다층·복합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함정 탑재 SM-3·6에 F/A-18의 SM-6가 더해지면 미 해군은 최대 3번의 요격 기회를 얻게 되고, 그만큼 미사일 요격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미 해군이 사용하는 협동교전능력(CEC)도 SM-6 ALC가 다른 공대공미사일보다 경쟁 우위를 누리게 해주는 요소다.
CEC는 항공기, 함정, 지상군 화력통제까지 포괄하는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방어능력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전투개념이다. E-2D 조기경보기가 수평선 너머의 적기를 발견해 그 정보를 전달하면, 이지스함에서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는 개념이다.
SM-6도 미 해군 CEC의 일부로서 만들어졌고, 함정 운용 상황에서 CEC에 의한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난 2014년 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적을 공격하므로 생존성이 크게 향상된다. 미 해군에서 이미 쓰고 있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운용해 기술적 검증이 이뤄진 전투기와 미사일을 결합, 단기간 내 시너지를 낸 셈이다.
◆한국도 장거리 공격력 강화해야
미 해군 항공대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IM-9X를 개량한 블럭2를 실전배치, 사거리를 30∼40㎞로 늘렸다. 사실상 비가시거리(BVR) 공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AIM-120·260을 더하고, SM-6까지 추가로 활용해 공중전에서 적군을 타격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치로 확장했다. 이는 적군의 움직임을 견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F-35C 스텔스기와 더불어 비스텔스기인 F/A-18도 운용하는 미 해군 항공대로선 미사일 하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투력 상승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미 해군의 이같은 추세는 한국 공군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J-20 스텔스기에 PL-15 공대공미사일을 탑재, 미국과의 장거리 공중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음속의 4배에 달하는 속도로 200㎞를 날아가는 PL-15는 미 공군과 해군 항공대를 위협하는 무기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기를 타격하는 PL-17, 램제트 방식으로 먼 거리를 빠르게 날아가는 PL-21도 서태평양 상공에서의 미·중 공중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공군은 최근 첫 양산을 시작한 KF-21에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한다. 최대 200∼300㎞ 떨어진 표적을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 타격하는 미티어 미사일은 서방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지닌 공대공미사일로 평가받는다.
다만 F-35A에는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중인 AIM-260을 들여올 수도 있지만, 개발 관련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을 도입함으로서 발생할 후속군수지원 소요는 추가 예산 지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티어는 F-35에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다. KF-21에 이어 F-35에도 사용한다면, 운영 및 정비 효율성을 높이면서 공중전 능력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미 해군이 초장거리 공중전 역량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한국 공군도 기존보다 더 먼 거리에서 공대공 교전을 벌이는 개념을 더욱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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