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한 사무실 나눠 써"…일 못해 서러운 소수당, 홀대에 두번 운다
[편집자주] 22대 국회의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은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총 6개다. 많은 이들이 양당 독과점 대신 다원화된 시대의 다양한 민의 반영을 위해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거대 교섭단체 정당만을 위한 무대다. 비교섭단체라 불리는 소수정당들이 겪는 한계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교섭단체에 속한 두 거대 양당이 싸우면 국회가 열리지조차 않는다. 나머지 비교섭단체에 속한 의원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국회를 열자고 이야기할 통로도 마땅치 않다. 이게 말이 되나."
비례대표 12석을 이끌고 국회에 입성해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원내대표는 1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서 이같이 밝혔다.
22대 국회에는 교섭단체 정당을 제외하고 6개의 소수정당(비교섭단체)이 있다.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새로운미래(1석) 등(이상 의석수·정당명 가나다순)이다.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란 뜻에서 국민들이 각 정당 의원들을 선출했지만 정작 국회에 들어온 뒤에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의 벽에 가로막혀 고사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정당들은 국회의 근간인 상임위원회 활동에서부터 소외된다. 제3정당에 주로 몸담아 온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가 오전 10시에 열리는데 고작 30분 전에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자료를 검토하고 발언을 준비할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환자단체 간담회 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등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약속됐던 시간에 도착했지만 간담회가 늦춰진 것을 전달받지 못하고 뒤늦게 알게 된 일도 있다. 상임위 회의 도중 정회 시간에도 교섭단체 의원들은 각각 위원장실, 소회의실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갈 곳이 없다. 의석 수가 3석 미만인 정당들에겐 의원회관이나 소통관에 별도 지원 사무공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황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은 조만간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는 방안과 다른 소수정당들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 2가지를 놓고 무엇을 먼저 추진할지, 아니면 동시에 두 방안 모두 추진할지에 대해 본격 논의할 것"이라며 "야 6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논의가 진행 중이니 그 내용에 맞춰 우리당도 입장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에선 20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나 운영에 관련된 사항 대부분은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결정된다.
교섭단체에게는 연간 국회운영기본일정 작성, 개회 및 의사일정 작성 등 국회의장 권한 행사와 관련해 협의권이 부여된다. 상임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도 각 교섭단체별로 1인 간사를 두도록 해 교섭단체에게만 상임위원장과의 협의권이 부여된다.
뿐만 아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정책연구위원을 두도록 하고 각종 선거보조금도 비교섭단체에 비해 더 많이 지원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각 정당에 배분된 경상보조금은 총 126억3000만원이다. 21대 국회 당시 기준 155석을 가졌던 민주당이 51억6000만원을, 국민의힘(113석)이 49억원, 녹색정의당(6석)이 7억원, 새로운미래(5석)가 7억원, 조국혁신당(1석)이 5억300만원, 개혁신당(4석)이 3억3000만원, 자유통일당(1석)이 3000만원, 기본소득당(1석)이 700만원, 진보당(1석)이 2억7000만원을 받았다.
경상보조금은 매년 2월, 5월, 8월, 11월 15일에 지급되는데 정치자금법에 따라 지급 당시 동일 정당 소속 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먼저 총액의 50%를 정당별로 균등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 또는 의석이 없는 정당 중 최근 선거에서 득표수 비율 요건을 충족한 정당은 총액의 2%씩을 지급한다. 이런 조건으로 배분하고 남은 잔여분 중 50%는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 의석수 비율로, 나머지 50%는 최근 총선의 득표수 비율로 배분 지급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돈, 인력, 의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소외되는 현실이다. 의정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조국혁신당은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24.3%에 달하는 득표를 했지만 그런 민의를 대변하기 위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정책전문위원조차 지원받지 못함은 입법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의원)는 더300에 "상임위원회 운영이나 본회의 일정에 관여도를 높일 수 없고 의사를 전달하기도 힘들다"며 "무엇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지 등에 대해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나 간사들 중심으로 우선 논의가 이뤄지다보니 의정활동을 충실히 준비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년 첫 번째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 주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기회도 비교섭단체에겐 주어지지 않다가 2004년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등 3당이 "교섭단체의 과도한 특권과 전횡이다. 국민 지지를 받는 정당에 대표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해 2005년 처음 도입됐다. 다만 명칭은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이며 시간도 40분이 아닌 15분만 주어져 국민들에게 한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구성했고 바른미래당(8석), 대안신당(7석), 민주평화당(4석), 무소속(1석) 등이 '민주통합 의원모임'을 결성했다.
현재 소수정당 6당도 22대 국회 임기 시작 후 두 차례 회동을 갖고 국회법 개정, 공동교섭단체 구성, 국회의장·교섭단체에 비교섭단체도 대표연설·대정부질문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면 소수정당이 국회 운영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많아지는 반면 운영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단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거대 양당 중심으로 국회가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현실을 보면 교섭단체 숫자가 적은 게 꼭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통해 다른 정당이 국회 운영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오도록 한다면 대치 정국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지금 한국 정치에서 제일 필요한 게 협상과 타협의 제도화가 아닌가. 또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면 소수정당도 열심히 활동해 능력을 발휘하면서 시민들에게 평가받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300명 국회의원 모두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이지만 소속 정당에 따라 운신의 폭은 하늘과 땅 차이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제도와 운영 관행 때문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최근 국회사무처로부터 본관 222·223·224호를 사무공간으로 재배정받았다.
앞서 국회사무처는 조국혁신당에 219·223·224호를 배정했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의석수(12석)에 비해 공간이 부족하다.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사무공간들을 떨어뜨려 놓았다. 소수정당에 불합리하다"며 입주를 거부했다. 그리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회의를 진행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조정을 요청했다. 우 의장이 '합리적 재배치'를 약속함에 따라 지난달 16일 조국혁신당은 로텐더홀 회의를 종료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사무실 재배정은 받았지만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 배정된 일부 공간이 국민의힘이 사용하던 공간인데 아직 방을 비우지 않았다"며 "알아서 비워주기를 현재로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황 사무총장은 "당초 의석수에 비례하는 넓이의 공간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종전과 넓이는 같다. 사무공간이 붙어있다는 데 만족하려고 한다"고 했다.
본관 사무공간을 둘러싼 조국혁신당의 문제 제기는 이같이 일단락됐지만, 국회내 소통관의 소수정당 사무공간 배정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소통관은 2020년 12월 준공한 국회 부속건물이다. 국회의원 및 주요 정당의 브리핑·기자회견 및 공식 취재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소통관 2층엔 주요 언론사 기자실과 기자회견장이 있다. 3·4층엔 국회사무처 사무공간과 주요 정당의 공보 활동을 위한 사무실이 위치한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의당(6석)이 사용하던 사무실을 조국혁신당(12석)·개혁신당(3석)·진보당(3석) 등에 배정했다. 3개 정당이 한 사무실을 구분해 쓰라는 것이다. 소통관 사무공간에서 각 당 대변인은 논평을 논의·작성한다. 사무용 책상 5개를 넣기에도 빠듯한 공간을 공유하라는 통보에 때때로 서로를 비판해야 하는 3개 정당은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의원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수행비서들도 소수정당의 설움을 받고 있다. 의원회관 1층에 마련된 수행비서 휴게공간을 소수정당 의원실 수행비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300 취재에 따르면 수행비서 휴게실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보좌하는 수행비서들이 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다. 소수정당 수행비서들은 양당 수행비서들이 뽑은 간사 간 협의를 통해서만 출입이 허락된다.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엔 18개 상임위원회(겸임 상임위 포함)가 있는데, 소수정당 의원 21명은 대부분의 상임위에 1명 정도씩만 배치된다.
상임위 도중 휴정이 필요한 경우 상임위원장 소속 정당 의원들은 대개 위원장실에 모인다. 상대 거대 정당 의원들은 소위원회 회의실에 집결한다. 거대 양당 의원들은 이곳에서 준비된 다과를 먹으며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상대 정당에 맞서는 대응책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정당 의원들에겐 이런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소수정당 의원들은 휴정 시간에 홀로 전체회의장을 지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소수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휴식을 취할 때는 성향에 맞게 모인다. 보수진영 소수정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곳으로 가고 진보진영 소수정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책 논의 등 회의를 할 때는 함께 할 수 없다. 진영이 같아도 엄연히 소속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에서는 무소속이나 소수정당이나 홀로인 것은 매한가지"라고 덧붙였다.
소수정당은 소속 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정책연구위원도 둘 수 없다. 국회법 제34조에 따르면 정책연구위원은 교섭단체만 둘 수 있으며 임명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가 하게 돼 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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