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으로 현금 챙기고 되팔이?…적자 '허덕' DH, 곳곳서 보이는 속내
[편집자주]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모종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취임한 지 1년6개월만에 사임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13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례적으로 대표 사임 건을 보도자료로 알리며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인 피터얀 반데피트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봉진 창업자처럼 회사나 주변에 특별히 건강 관련 이슈를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다 대다수의 배민 구성원들이 사임 당일에야 소식을 접하는 등 배민 내에서도 사임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해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 출신으로 2017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이 대표는 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B마트, 배민스토어 등 배달커머스 사업을 만든 공신이다. 특히 2023년 1월 대표에 취임한 후 여러 사업을 잘 이끌면서 2023년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65% 증가한 69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3조4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상황에 모기업인 DH(딜리버리히어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DH가 유럽에서 EU(유럽연합) 반독점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을 상황에 놓였고 이를 빌미로 이 대표에게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자 이 대표가 버티지 못하고 사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임시 대표인 피터얀 반데피트는 DH의 COO(최고운영책임자)다.
피터얀 반데피트는 임시 대표 취임 1주일 만에 열린 전사 발표에서 배달 중개 수수료율 인상을 중심으로 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여러 투자를 단행하며 업주, 라이더 등 관계자와의 상생을 중시했던 이 대표와는 상반된 행보로, 이 대표가 모기업 압박에 물러났다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업계에서는 무료배달 열풍 등 치열해진 배달 업계 상황 속에서 이 대표가 더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료배달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던 배민이 최근 급하게 유료 구독제를 도입하고 포장 수수료 재개를 밝히는 상황에서 본인이 그동안 그려왔던 모습과 다름을 느끼고 회사를 떠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개 수수료율 인상을 발표한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가 결국 배민 대표로 취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배민은 이를 전면 부인중이다. 8월 중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에 취임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게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료배달 열풍으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커졌고 그러다 보니 각 사마다 유료 구독제 도입 같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해왔을 것"이라며 "모기업은 계속해서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는 상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간에 낀 이 대표의 입장은 난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음식점주 대상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독일 모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DH의 사정이 나빠 사실상 유일한 '캐시카우'인 우아한형제들에서 최대한 현금을 끌어모은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충분한 이익 실현 뒤 '몸값'이 비쌀 때 재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마저 거론된다.
13일 우아한형제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DH는 2019년 인수 후 처음으로 지난해 4월 4127억3205만원의 중간배당금을 챙겼다. 인수금액이 4조7500억원에 달하는 터라 이익 실현은 필요하지만, 2022년 처음으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난 우아한형제들로선 거액 배당이 반갑지만은 않다. 업계에선 앞으로 배당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징후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됐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을 기존 주문 금액의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이익 규모를 늘려 배당 여력을 높이려는 DH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사임도 수수료 정책을 둘러싼 DH와의 갈등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DH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최근 반독점법 위반으로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4억유로(약 5976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실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자회사가 적자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9%, 65.0% 증가한 3조4155억원, 6999억원이다. 경이로운 성적이지만 DH에 매년 거액 배당을 제공하면 미래 투자 여력이 상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DH가 배민을 되팔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금 당장의 매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배당금 명목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뒤 매각해 추가 이익을 실현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앞서 DH는 올해 5월 대만 사업부인 '푸드판다'를 우버 테크놀로지에에 매각해 현금을 창출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9억5000만달러(약 1조3055억원)였다.
특히 국내 독보적인 '배달앱 1위' 배민은 여전히 군침을 흘릴만한 대어다. '무료 배달'로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배민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는 배민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배민이 2213만명, 쿠팡이츠가 733만명, 요기요가 555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최근 중개이용료율 3%포인트(p)를 올렸지만 시장 점유율이 크게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쿠팡 천하'인 플랫폼 업계에서 꿋꿋이 1위를 지키는 배민은 한국을 포함한 유통 대기업에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배달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중개이용료(중개수수료) 인상 발표 후 온라인플랫폼 업계엔 긴장감이 감돈다. 총선 무렵 잦아든 온라인폴랫폼에 대한 각종 규제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22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야권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이 5건 계류 중이다. 각각 독점규제·중개거래공정화 관련 규정을 담은 이 법안들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를 규율하는 '플랫폼법' 제정법안으로 불린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이력이 있다.
온라인플랫폼을 향한 야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당은 민생기구 '을지로위원회(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5일 온플법·플랫폼법 제정안을 3건 발의한 상태다. 의원 90여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이 법안들은 플랫폼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자사우대·끼워팔기와 멀티호밍(입점업체의 경쟁 플랫폼을 이용) 제한하는 행위, 타 플랫폼 대비 가장 유리한 거래조건(최혜대우)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온라인플랫폼에 특화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따로 규정하는 조항도 있다.
국회뿐 아니라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일부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사업자'로 사전지정해 독과점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플랫폼법 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한 전례가 있다. 당시 시도는 공정위가 지난 2월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와 심도 있게 논의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겠다"며 연내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해외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지난 3월 본격 시행, 알파벳(구글)·아마존·애플·부킹닷컴·바이트댄스(틱톡)·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22개 서비스를 사전지정대상(게이트키퍼)으로 두고 애플 앱스토어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영국·일본·인도도 유사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에 추가 기준·규정을 덧붙이는 구조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법안 20여건이 발의된 21대 국회 당시 가열됐다가 임기만료와 함께 좌초했다.
제도 논의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에 대한 반발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기업 230곳 중 68.7%가 플랫폼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정부가 유지해온 최소규제·자율규제 원칙이 온라인플랫폼 업계에도 적용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플랫폼기업과 자영업자의 입장차를 좁힐 조정자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회 보좌진은 "자영업자가 다수 연관된 온라인플랫폼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손 대기 어려운 문제"라며 "어떤 방향으로든 빠른 결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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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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