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도 SMR과 동맹맺는 K-조선…"미래의 성장엔진 찾기"
[편집자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곳.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같은 위상을 바탕으로 K-조선이 '해상 SMR'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해상 SMR은 어떤 사업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분석해봤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들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해상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원전 대비 안정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면서, 해안·도서 지역 산업단지 등 지역에 전력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부유식 SMR'의 특징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빌 게이츠가 만든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협업중이다. 미국 에너지 회사 서던컴퍼니, 원자력 발전 솔루션 회사 코어파워 등과 함께 4세대 원자로(용융염) SMR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SMR 기반 발전선의 디자인 콘셉트를 ABS(미국선급협회)로부터 '개념승인' 받았다. 2030년 무렵에는 테라파워와 소규모 실증을 진행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에 단순 FNPP(해상부유식 원자력 발전선)를 공급하는 것을 벗어나, SMR 사업을 둘러싼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 교류 강화를 위해 테라파워 본사 파견 연구인력을 대폭 늘리는 것도 고려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에서 테라파워에 파견된 한 연구원은 "우리가 가진 엔지니어링과 생산기술, 해양산업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바탕으로 테라파워 해상 원자력 신사업의 개발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1위 조선사의 기술에 원자로 제작 노하우까지 갖춘 점을 높게 평가 받는다. 이 회사는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ITER(국제핵융합시험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9개의 진공용기 섹터 중 4개를 맡아 '준비된 SMR 기업'임을 알렸다. HD한국조선해양이 웨스팅하우스 측과도 관계를 발전시킬 경우 글로벌 SMR 선도기업 두 곳과 손을 잡는 모양새가 된다. 미국의 한 메이저 석유회사도 HD한국조선해양에 SMR 사업 관련 제휴를 문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덴마크 시보그와 손을 잡았다. ABS로부터 SMR을 싣고 다닐 수 있는 부유체 'CMSR(소형용융염원자로) 파워 바지'에 대한 기본인증도 마쳤다. 2028년까지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100MW(메가와트)급 CMSR을 2기에서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부유체 내에 스팀 터빈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 역시 갖췄다.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 원전 개발회사 토르콘 인터내셔널에서 추진하는 해상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유식 SMR은 단순 전력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 연료를 만드는데 부유식 SMR의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호기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장은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는 기후 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이라며 "부유식 수소, 암모니아 플랜트로 확장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SMR 추진선' 사업을 노릴 수 있다. 원자력 추진선의 경우 아직까지 군사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해양에서도 넷제로(탄소순배출 0)가 대세가 되며 '민간 활용'이 거론된다. 이정익 KAIST(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부유식 SMR에 들어가는 원자로의 경우 자연스럽게 원자력 추진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FNPP와 같은 것은 일종의 중간 단계로,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용 원자력 추진 선박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 SMR은 K-조선 기업들에게 엄청나게 큰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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