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난 '변화'를 외치는 사람, 윤 대통령과 제 목적은 같다"[인터뷰]
"저는 '변화'를 외치는 사람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현상 유지'를 말하는 거 같은데, 그래선 우리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민심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변화해야 승리의 기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12일 저녁 대구 수성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자신과 나경원·원희룡·윤상현(가나다순) 당 대표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후보는 "저는 신속하게 민심에 따르는 사람"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원 동지들과 민심의 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유연하게 따를 것"이라고 했다.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났던 한 후보는 약 두 달 반 동안의 잠행을 거친 뒤 지난 6월23일 7·23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한 후보는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하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한 후보는 "이 사안에 대한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후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재표결을 앞둔 채상병 특검법을 일부 수정해 재발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만약 민주당이 '진실규명' 외 어떤 정치적 의도도 담지 않는다면 (수용)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이 정치적 의도를 담지 않을 가능성이 없다. 민주당 특검은 오직 우리 정부를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은 의석수가 불리한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면서도 "현재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지지하고 그것이 법안으로 되지 않도록 후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문자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뜻의 은어) 논란, 댓글 팀 운영 의혹, 총선 고의패배론 등 상대 후보들이 자신을 향해 맹공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한 후보는 "국민께 참 부끄러운 행동과 구태정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상처를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총선 고의패배' 발언까지 서슴지 않던 건 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특히 최근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자로 부단히 노력하신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얼마나 다급하고 몰리면 저럴까 하는 생각은 하면서도 금도는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상대 후보들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전당대회가 정책과 미래를 원하는 장이 돼야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공격하려고 하면 훨씬 더 공격할만한 거리가 많지 않겠냐"고 했다.
한 후보는 본인이 전당대회 이후 원만한 당·정관계를 통해 윤석열정부와 시너지를 낼 적합한 후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 후보는 "많은 분이 (저를 향한) 불안감을 부추기는데, 동료 시민과 당원동지들은 그런 전략에 말려들고 흔들리실 분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계파가 아닌 이슈별 실용적 소통을 이뤄낼 자신이 있다"며 "충분한 토론을 바탕으로 이견을 조율하고 그것이 바로 민심이 바라는 국민의힘의 변화 방향"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윤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면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해내겠다는 다짐을 전할 것"이라고 한 후보는 밝혔다. 한 후보는 "'당과 정부가 협력해 우리가 다시 민심을 얻고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해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말씀을 드릴 거다. 윤 대통령과 제 목적은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식사 제안을 하면 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한 후보는 "(식사를) 안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도 "공적인 소통을 건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밥을 먹고 안 먹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투명하고 건강한 소통과 토론을 통해 국민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그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또 "공사 구분은 명확해야 한다. 공적인 목표와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공적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날 당 대표 당선 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으로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외국인 투표권 상호주의 적용 △지역별 최저임금 운영 등을 꼽았다. 한 후보는 "정치라는 건 우선순위의 미학이다. 민생에 관한 법률은 모두 '반대'가 아닌 우선순위의 차이일 뿐"이라며 "(민주당과) 서로 합치되는 것들을 먼저 통과시키는 방향을 협의를 끌어낼 것이다. 무조건 대치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선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후보는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집값은 공급의 문제인데 최근 3기 신도시 등 현재 대기 중인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심각한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보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는 청년세대에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태어나는 것이 이길 수 있는 '보수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보수의 문제는 보수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며 그 가치로 △경쟁의 장려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나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인간적 삶 보장 △안보 중시 △규제 철폐 △범죄로부터 강력히 국민을 보호하는 것 등을 나열했다. 한 후보는 "이 가치는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대단히 갈망하는 것 같다"며 "보수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고 이 가치에서 피봇(전환)한 정책들을 소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보수 진영 전략가들이 순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한 후보는 "여의도연구원의 정책적 기능을 많이 확충하려면 외부에 있는 전략가들의 아웃소싱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와 논의하며 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있지만 국민의힘은 그런 게 없다. 여의도연구원을 개혁하면서 그런 구조를 포함해 정책적 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대구=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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