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홍준표는 보수의 수치”…故 이선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 [금주의 말말말]

이강은 2024. 7. 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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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홍준표는 보수의 수치, 탐욕의 화신”…홍준표 “배신자 유승민, 공황장애 온 모양”
고 이선균, 유작 영화 ‘탈출’ 속 대사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관객 마음에 와닿을 듯
‘금주의 말말말’은 최근 논란이 된 사안과 관련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끈 주요 인사의 발언 등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말들을 골라 소개합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동의·지지하는 입장이거나 그 반대의 입장이거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집자 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홍준표는 보수의 수치, 탐욕의 화신”…홍준표 “배신자 유승민, 공황장애 온 모양”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한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 경선 후보들이 이른 바 ‘김건희 사과 문자 한동훈 읽씹 논란’을 중심으로 자해극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장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급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등 여권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여권 참패로 끝난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한동훈 후보의 총선 책임론 제기 등 한 후보를 줄기차게 비판해 온 홍 시장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자극하자 유 전 의원이 발끈한 것이다.   

홍 시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한동훈은 지금 유승민의 길로 가고 있다”며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 후보를 비난했다. 그는 “그게(한 후보의 당권 도전이) 성공 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것이고 실패 한다면 한동훈은 영원히 정치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배신의 정치에 당해본 우리 당원들이 그걸 잊고 이번에도 또 당할까”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도 가만 있지 않았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 “홍준표 시장이 도발하는데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다”며 “윤석열 정권이 추락한 것은 홍 시장 같은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했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홍준표) 자신이 출당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수없이 말을 바꾸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빠지면 누구보다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자가 바로 ‘코박홍’ 같은 아부꾼이라는 것을 윤 대통령과 우리 당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박홍은 ‘코를 박는 홍준표’의 줄임말로 홍 시장이 과거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코가 탁자 위에 닿을 듯 허리를 깊이 숙여 윤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비꼰 표현이다. 

그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던 사진 2장도 첨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홍 시장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뻐꾸기도 아닌데 정치인이 둥지를 옮겨다니면 그 말로가 비참해진다”며 “박근혜 탄핵 이후 여의도 정치는, 의리의 시대는 가고 배신이 판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나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 정치하는 탐욕의 시대가 되었다”며 “오늘도 뻘밭 속에서 이전투구하는 모습들이 참 안타깝다”고 썼다. 유 전 의원과 한 후보를 싸잡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유 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오로지 ‘자신의 출세와 안위’만 계산하는 탐욕의 화신, 바로 자기 자신 아닌가”라고 홍 시장을 쏘아붙였다.  

유 전 의원은 “척당불기(倜儻不羈·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음) 액자 아래에서 억대의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누구인가”, “원내대표 특수활동비 수억원을 뻔뻔하게 사금고에 넣어뒀다가 발각되니 ‘마누라 생활비’로 줬다고 떠벌린 자가 누구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당해도 싸다.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더라’라고 모욕하고 출당시킨 자가 누구인가”라고 홍 시장을 몰아붙였다. 

그는 “이제 와서 ‘탄핵 후 의리의 시대는 가고 배신이 판치는 시대가 되었다’니 참 얼굴도 두껍다”고도 했다. 그래도 홍 시장에 대한 분이 안 풀린 듯 “강한 자에겐 한없이 비굴하고 약한 자는 무자비하게 짓밟는 강약약강의 비루한 정치. 자신의 이익에 따라 오늘 이랬다 내일 저랬다 오락가락하는 일구이언의 정치. 우리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지조도 절개도 없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약아빠진 기회주의 정치”라며 “(홍준표) 자신의 말로나 걱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홍 시장은 “해묵은 논쟁은 그만하자. 해본들 그건 유 전 의원의 자해 행위에 불과하다”며 “한동훈의 배신을 지적하면서 유 전 의원의 배신을 인용했더니 유 전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지만 그건 본인이 선택한 숙명”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어 “(유승민이) 그거 벗어나려고 지난 탄핵대선 때 얼마나 나를 비방했나. 바른정당 창당하고 또 얼마나 집요하게 나를 비방했나”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유 전 의원 페이스북은 11일에도 홍 시장을 겨냥해 불을 뿜었다. “부패와 불법으로 진작 퇴출됐어야 할 자들이 뻔뻔하게 정치판에 남아 활개를 치고 있으니 우리 정치에 희망이 없는 것이다. 보수에도 그런 자가 있다.” 그는 “억대 검은돈 1심 유죄, 수억원 특활비를 사유화해서 마누라 챙겨주는 상남자,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말바꾸기의 달인 카멜레홍, 시도 때도 없는 막말과 여성비하, 자서전에 자랑스럽게 쓴 ‘돼지 발정제’ 성폭력 모의, 권력 앞에 굽신거리는 비굴한 코박홍”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또 “수해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 골프 친 걸 잘했다고 우기고, 시장이란 자가 민생은 돌보지 않고 하루 종일 누군가를 헐뜯고 누군가에게 아부하는 페북질이나 하니 어이가 없다”며 “정치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정치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벼랑 끝에 선 보수정치를 쇄신할 비전과 철학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홍준표)는 보수의 수치다”라며 “보수가 품격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이런 저질 정치 무뢰한부터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이 과거 자신의 ‘특활비 유용’ 의혹과 관련된 뉴스와 영상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깜도 아닌 게 날 음해한 게 어제 오늘 일이냐”며 “어차피 나는 나머지 정치 역정에 배신자들과는 같이 가지 않는다. 이미 해명이 다 된 거짓기사를 영상에 올려본들 흔들릴 내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음해와 모함의 세월을 모두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았다. 공직생활 40년 당당하게 살았다”며 “한 번 배신한 자가 두 번 배신 안 할까”라고 유 전 의원에 대한 반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정치플랫폼 ‘청년의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에서 “(유 전 의원이) 공황장애가 온 모양인데 더 이상 상대 안 하겠다”고도 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고 이선균, 유작 영화 ‘탈출’ 속 대사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관객에게 와닿을 듯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속 절체절명의 순간 주인공 정원(이선균)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아내의 동화책 속 문장을 읽는 대목에 대해 “관객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 편집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남겨 뒀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선균이 사랑하는 가족과 팬들에게 남긴 말처럼 와닿는다.  

영화 ‘탈출’은 짙은 안개가 낀 공항대교 위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고립되고, 군사용 실험견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스릴러물이다. 이선균이 숨지기 전 찍은 영화 두 편 중 하나다. 이선균은 청와대 국안보실 행정관으로 아내와 사별한 뒤 중학생 딸 경민(김수안)과 단둘이 사는 ‘정원’ 역을 맡았다. 유학길에 오른 딸을 배웅하려고 인천공항으로 가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균이 형이 이 자리에 있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며 “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장치는 물론이고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저도 놓쳤던 부분을 선균이 형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동선이나 캐릭터의 감정 등에 간해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요소 하나 하나에 매번 질문과 답을 하면서 전체적인 답을 찾아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끝나면 ‘故 이선균을 기억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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