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이미래…한국 작가, 영국서 동시다발 대형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전시가 잇따라 열린 데 이어 하반기 유럽, 특히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주요 전시가 여럿 열린다. 지난해 미국 전시가 단체전이었던데 비해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들은 대부분 개인전이란 점도 눈에 띈다.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는 10월 9일부터 양혜규의 개인전 '윤년'을 연다. 1968년 문을 연 헤이워드 갤러리는 런던의 복합예술센터 사우스뱅크 내에 있는 유명 미술관으로, 양혜규는 이곳에서 두 차례 단체전에 참여한 적이 있으나 개인전은 처음이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혜규는 건조대, 전구, 손뜨개 실 등 일상적인 사물과 산업용품을 조각이나 다양한 매체가 결합된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다. 서베이(연구조사형) 전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120점을 통해 '광원 조각', '소리나는 조각', '중간 유형', '의상 동차', '황홀망' 등 작가의 대표 연작을 고루 소개하며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2006년 작가가 인천의 폐가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인 '사동 30번지'도 새롭게 구현된다.
양혜규 전시 개막 하루 전인 10월 8일 런던에서는 또 다른 한국 작가 이미래(36)가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한 곳인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현대자동차 지원으로 테이트 모던이 미술관 중심부 전시 공간인 터바인홀에서 매년 한 명의 작가에게 신작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인 '현대 커미션'으로 열리는 전시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테이트 모던에서 예전 발전기가 있던 공간인 터바인홀은 높이 35m, 폭 23m, 길이 155m 규모로, 그동안 루이스 부르주아, 올라푸르 엘리아손,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등 유명 작가들이 전시했던 공간이다.
이미래는 기계 장치를 활용해 유기체나 생물처럼 작동하는 조각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다. 2022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며 주목받은 데 이어 테이트 모던 전시로 영국에서도 첫 전시를 열게 됐다.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으로 변환하며 물질의 잠재성을 탐구해 온 정희민(37)도 올가을 타데우스 로팍의 런던 지점에서 개인전을 연다. 1983년 문을 연 타데우스 로팍은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소속된 유명 갤러리로, 한국 작가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불 이후 처음이다. 타데우스 로팍은 지난해 1월 서울지점에서 정희민이 참여한 한국작가 단체전 이후 같은 해 9월 정희민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1989년생 전현선은 9월 독일의 유명 화랑 에스더쉬퍼의 베를린 지점에서 개인전을 연다. 기하학적 형상 등을 수채로 캔버스에 얇게 쌓아 올리거나 입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 온 전현선은 필립 파레노, 우고 론디노네, 리암 길릭 등이 소속된 에스더쉬퍼의 첫 전속 한국 작가다. 지난해 서울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작가 8인전에 참여한 이후 올해 초 에스더쉬퍼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는 런던의 영국 왕실 공원인 켄싱턴 가든 내에서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선보이고 있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서펀타인 갤러리가 매년 주목받는 건축가를 선정해 한시적으로 설치해 공개하는 건축물이다. 자하 하디드, 페터 춤토르, 렘 콜하스 등 유명 건축가들이 거쳐 간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한국인이 설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표는 중심부의 크고 둥근 마당을 갤러리, 도서관, 티하우스, 플레이타워, 강당 등 5개 공간이 에워싼 형태로 설계한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을 선보이고 있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10월 27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올림픽 기간 한국의 미디어 아트 작가를 소개하는 단체전이 진행된다.
26일 파리 그랑팔레 이메르시프에서 개막하는 '디코딩 코리아'에서는 한국 미디어 아트 작가 11명의 작품 18점을 소개한다.
201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용백의 '엔젤 솔저',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까마귀의 시선으로 울산을 바라본 정연두의 '오감도',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권하윤의 가상현실(VR) 작품 '489년', 지난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받은 김희천의 '더블 포져', 만화적 요소와 고전 회화를 한 폭의 병풍으로 연출한 이이남의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등이 출품된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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