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태전·광남고 멘토단,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희망DREAM’ [함께 토닥토닥]

최현호 기자 2024. 7. 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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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 초등생 학습 지도 ‘재능기부’...멘토는 교사 꿈 키우고 멘티는 성적↑
서로 좋은 영향, 지역사회 긍정적 효과

광주시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 태전고·광남고 멘토단 

방과후 아카데미 학습멘토링을 통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활동을 펼치는 광주시 태전고·광남고 멘토단 학생들이 광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멘티 학생들과 함께 수업 교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윤원규기자

“직접 학습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는 보람으로 교사에 대한 꿈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청소년수련관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언뜻 보면 학년 구분이 어렵지만 고등학생과 초등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저마다 제각각의 종이 교재에 초등학생이 문제를 풀면, 고등학생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가족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의 멘토가 돼 학습을 지도하는 이곳은 광주 태전고·광남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과후아카데미 멘토단의 ‘E-루리 학습 멘토링’ 현장이다.

이날 고등학생이지만 교사의 마음가짐으로 학습지도에 나선 방과후 학습 멘토들은 오후 5시30분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교복 차림으로 곧장 광주시청소년수련관을 찾았다. 고등학생 멘토들은 자신이 가르쳐주고 싶은 과목을, 초등학교 4~6학년인 멘티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수련관 선생님들에게 제출하면, 서로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다. 자신의 의지로 가르치고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한 만큼 멘토와 멘티의 교육 참여도나 적극성에서 눈에 띄게 활력 넘쳤다. 18명의 고교생 멘토들과 40여명의 멘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학습에 임했다.

태전고 3학년인 김지현양(18)은 태전고 ‘VIP 교육동아리’ 소속으로 1학년 때부터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여해 3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교사의 꿈을 지닌 10여명의 동아리 회원들과 매주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6학년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양은 “활동이 재밌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들에게 편지 같은 것을 받으면 힘들더라고 하게 된다. 교사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지금 이 멘토 활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꿈이 더 커졌다. 원래 사범대를 나와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양은 수업에서 엎드려 있고 무기력했던 학생으로 고민이 많았던 적도 있다. 그러다 그는 이 학생의 이야기를 무작정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학습에서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이 학생은 김양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준 것도 모자라 ‘선생님 사랑해요’ 7행시까지 선물했다. 이 사연을 전하면서 김양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토닥토닥 광주 청소년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

광남고 3학년인 박소이양(17)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멘토를 올해도 이어서 참여하고 있다. 학교 방송을 통해 이 같은 활동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교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차에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해 주고자 선뜻 팔을 걷어붙이게 된 것이다.

박소이양은 “교과서를 기반으로 좀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며 “처음에는 제가 수업을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내가 설명하고, 수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어떻게 알아들을까’라는 부분이 1순위다”라고 설명했다.

박양은 “이 활동으로 저 스스로 자부심이 생긴다. 하루 아파서 나오지 못했는데 다른 멘토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길 저를 걱정하면서 학생이 울었던 일도 있다고 한다”며 “성적 향상 성과도 있다. 지난해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림만 그리고 엎드려 있던 학생이 대화에 나서고 수업에도 잘 참여하기 시작한 뒤 영어 100점을 맞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르치는 멘티 활동이 자신의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학습이지만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학업 내용과 연결이 되는 것은 물론 설명하려면 100%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자신만의 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조기연 광주시청소년수련관장은 “학업에 우수한 학생들이 남다른 봉사 정신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 기특할 뿐”이라며 “학부모들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으며, 한부모·다문화가족에 다자녀가구까지 대상에 포함돼 많은 이들이 고교생 멘토들의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호 기자 wti@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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