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⑭ 역도 박혜정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장미란(40)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2004년 아테네에서 개인 첫 올림픽을 치러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1·고양시청)은 장 차관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자 한다.
2016년 중학교 1학년생이던 박혜정은 장미란 차관의 '경기 영상'을 보고서 "역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또래를 압도하는 기량으로 '포스트 장미란'의 수식어를 얻은 중학교 3학년 때는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제 첫 목표에 도전할 때다.
박혜정은 한국시간 8월 11일 오후 6시 30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베르사유 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 출전한다.
그의 올림픽 데뷔전이다.
박혜정은 '유력한 은메달 후보'로 꼽힌다.
지난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도 박혜정은 인상 130㎏, 인상 166㎏, 합계 296㎏을 들어, 합계 325㎏(인상 145㎏·용상 180㎏)을 든 '세계 최강' 리원원(24·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역도 여자 최중량급 구도는 매우 명확하다.
리원원이 2위 박혜정을 합계 기준 30㎏ 앞서고, 박혜정이 에밀리 캠벨(영국), 두안각소른 차이디(태국)를 10㎏ 정도 앞선다.
박혜정은 리원원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2023년 9월 세계선수권, 리원원이 부상으로 결장한 10월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최중량급의 '확실한 2위' 자리를 굳혔다.
박혜정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긴장되고, 설렌다"며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당장 금메달을 노릴 수 없다는 걸 안다. 파리 올림픽 목표는 '메달 획득'"이라고 밝혔다.
대략적인 전략도 짰다.
박혜정은 "메달 색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은메달에 집착하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1, 2차 시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5㎏을 확실하게 들고서 3차 시기에 나서고 싶다. 그런 경기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도 전문가들은 합계 290㎏를 '파리 올림픽 은메달 획득이 가능한 무게'라고 전망한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리원원이 합계 320㎏으로 여유 있게 우승하고, 캠벨이 합계 283㎏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박혜정은 '메달 색'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지만, 은메달을 겨냥한 경기 계획을 짜고 있다.
박혜정은 "사실 파리 올림픽은 내게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역도를 시작할 때 다짐한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는 '초심'과 맞닿아 있다.
박혜정은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에는 내가 '금메달에 도전하는 선수'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며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봤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더 어려운 도전이다. 서두르지 않고, 2028년 LA 올림픽까지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혜정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 차관 이후 13년 만에 한국 역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는 박혜정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윤진희(53㎏급 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혜정이 파리에서 메달을 수확하면,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씩 따낸 장미란 차관 이후 명맥이 끊긴 '한국인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다시 탄생한다.
박혜정은 지난 4월 모친상을 치르고서 태국으로 건너가 파리 올림픽행 티켓을 따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박혜정이 발인을 마치자마자 태국으로 출국했다"며 "어린 나이에 무척 힘든 일을 겪고도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기록을 냈다. 안쓰럽고 대견하다"고 했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만난 박혜정의 어머니 남현희 씨는 "우리 혜정이가 힘든 과정을 다 극복하고 이렇게 잘 컸다"며 "나는 혜정이에게 바랄 게 없다. 올림픽 메달 얘길 꺼내서 부담 주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올림픽 메달이 고생한 혜정이, 혜정이를 도와주신 분들께 선물이 된다면, 꼭 올림픽 메달을 따길 조용히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혜정은 슬픔을 꾹 누르고 파리 올림픽을 준비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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