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강국 프랑스와 맞대결…'온 타임 위드인 버짓' 전략 통할까[체코수주전②]
"저렴한 가격, 제 때 완공" vs "인허가 유리, 유럽 이점"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강국 프랑스와 두 번째로 맞붙는 체코 프로젝트 승패가 이르면 15일 결판난다. 저렴한 단가와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수원이 같은 유럽이란 지리적 이점을 내세운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다음주 중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과 EDF의 입찰안 평가서를 지난 달 14일(현지시각) 체코 정부에 제출했는데, 통상적으로 이 때부터 약 한 달 뒤 발표되기 때문이다. 주말을 제외하면 15일부터 17일 사이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수주전은 우리나라와 프랑스 2파전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맞붙는다.
당초 중국과 러시아 등 원전 강국도 참여 의사를 보였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상의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한수원이 지난 2022년 입찰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포함 3파전으로 진행됐지만, 체코가 사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2파전으로 좁혀진 뒤로 양국은 사활을 걸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30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란 점도 있지만, 양국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 이후 15년 만에 체코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한국전력이 꾸린 팀코리아에게 한 차례 밀린 만큼, 양국이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기도 하다.
수주전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양측의 강점이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시공능력과 가격 측면은 물론 '납기 준수'에 경쟁력을 지닌다. 건설에서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막대하게 불어나기에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은 중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외신 등에 따르면 EDF는 지난 2008년부터 영국 정부가 추진한 힝클리 원전의 준공 목표였던 2027년을 3년 늦춘 적 있다. 이 때문에 발주처는 총 건설비용을 약 77조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원전 건설 단가는 프랑스 EDF 절반 수준인데, 공기를 맞추지 못해 발생할 추가 예산 리스크도 거의 없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 크게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현지 언론 등의 반응을 기반으로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입찰평가 모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을 토대로 설정됐으며, 모든 가격과 위험은 정량화됐다. 전기생산 가격을 ㎿H(메가와트시)당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된다.
게다가 체코 에너지 당국에 따르면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에 더 많은 원전을 짓기 위한 옵션을 어떻게 사용할 지를 중점으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제성 측면에 강점을 지닌 우리 팀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유럽'이 갖는 무형의 강점을 지닌 프랑스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EDF는 가격 등의 측면에서 팀코리아에 뒤지지만 유럽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DF는 유럽 인허가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유럽 내 인접국이다 보니 사업을 수행할 때 육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체코의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유럽연합(EU)에서 조달할 때 힘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 원전 안방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난 3월 EU내 원전 확대 진영 12국과 공동성명을 내며 동맹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월 체코에 방문하는 등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앞서 중동은 프랑스와 붙은 첫 수주전에서 우리의 강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유럽인 체코는 가격 경쟁력 외에 지리적 강점 등 무형의 요소까지 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 승패는 체코가 어떤 점을 중요시 여길 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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