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아내 살인 용의자 지목된 남편…“실종 전에 보험금을 왜 높였죠”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28] 영화 ‘나를 찾아줘’
윤리의 측면을 제외하고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시 말해서, 상대방을 속인다는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존재할까. 거짓말이 남이 아닌 거짓말을 한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나를 찾아줘’(2014)는 이 물음에 답하는 영화다. 완벽한 커플인 양 연기했지만 사실은 쇼윈도 부부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거짓말의 파괴력을 탐구한다. 거짓말엔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릴 만한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아내와는 감정적으로 오래전에 끝난 상태였다. 결혼기념일에도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얘기할 참이었다. 일련의 정황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드러나며 닉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닉은 에이미 부모의 돈으로 게임기와 첨단 IT 기기를 사는 등 사치를 부렸다. 본인 엄마 유방암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서는 에이미를 방치했다. 이 때문에 에이미는 객식구가 된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아내의 말은 무시했다. 외려 폭행까지 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파탄나는 데는 누구의 책임이 더 컸을까? 영화의 묘미는 에이미 일기에 적힌 내용 중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를 관객조차도 헷갈리게 한다는 데 있다.
일기장에 적힌 에이미의 호소가 너무 절절한 나머지 영화 속 등장인물뿐 아니라 관객도 이를 믿게 되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의 진술을 종합해서 보면 진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닉은 실직한 이후로 에이미에게 소홀해진 것 같긴 하지만, 아내를 폭행할 정도로 막 나가는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아이를 갖길 에이미만 일방적으로 원했다는 것도 진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하다. 에이미가 자기 취향에 맞는 남자로 만들기 위해 남편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닉의 호소도 일부분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에이미 전 남자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신빙성을 얻는다.
삶은 수많은 진실이 결합한 퍼즐처럼 구성돼 있다. 사소한 거짓말도 본인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하나의 퍼즐 조각을 진실과 다른 쪽으로 살짝 돌리는 순간, 주변에 있는 조각의 위치도 조금씩 조정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삶의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중 너무 많은 부분을 재배치해야 하는 거짓말이라면, 한 번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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