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다운' 클린스만 가고 '불공정' 홍명보호 출범...10년 전 의리 축구보다 지탄 받는 최악의 출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근래 한국 축구는 체계가 잡힌 시스템의 유무 차이를 극단적으로 경험했다. 분명한 기준으로 감독을 물색해 세계 무대에서 성적을 냈던 벤투호의 성공 사례가 고작 2년 전의 일. 그로부터 1년 후 감독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던 클린스만호와 함께 아시아 변방에도 발목이 잡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을 때 도출될 결과의 차이를 피부로 실감했다. 이런 이유로 특정인의 의사만 반영된 주먹구구식의 선임 방식이 '그때 한 번으로 말겠지'라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뼈아픈 실수를 통해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시스템의 재정립을 기대했다.
지난 2월부터 여론은 한결 같았다. 새로운 감독을 찾는 데 '급하지 않다'고 소리쳤다. 기나긴 수고의 시간을 겪더라도 축구협회가 공통된 지향점을 설정하고, 철저한 검증으로 후임을 결정하길 바랐다. 현실적으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적합한 지도자를 찾을 방법은 견고한 프로세스의 완성 뿐이었다.
축구협회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새로 꾸려지지마자 특정 인물의 이름이 언급됐다. 인사 기준을 알 수 없는 후보들의 정보도 새어나왔다. 다음 스텝도 문제였다. 여러 진통 속에 정한 우선 순위에 따른 협상에서도 대외 행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여러모로 가시적인 성과 없이 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 속에 축구협회는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올바른 시스템으로 적임자를 결정하리라 믿어왔던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는 결과다. 홍명보 감독이 지닌 장점을 떠나 기준을 성립하기 전부터 하마평 첫 선에 올랐던 터라 돌고돌아 처음 계획한 대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따랐다.
최종 결정 과정의 공정성도 사라졌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 이후 감독 선임 주체를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독단적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아달라 간곡한 부탁을 했다. 외국인 후보자들이 한국 축구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계획을 담은 PT를 발표한 것과 달리 홍명보 감독은 면접 단계를 생략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비전을 내놓지 않은 홍명보 감독에게 읍소하기만 했다. 심지어 이런 결정을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협회장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5개월을 허비한 선임 과정이 월권으로 끝맺음되면서 홍명보 감독의 "나를 버렸다. 이젠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는 사명심 과잉의 답변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대표팀 감독 후보에 지원하지도 않았고, 직무 면접도 없었으니 흡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데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줄곧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다가 실제 제안을 받고 나니 반나절 만에 변심한 대목도 감독 선임 타당성의 부족함을 보여준다.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형평성이 어긋나자 이례적으로 축구인들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전력강화위 소속이었던 박주호는 "올바른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내파 감독을 지지하던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절차를 무시한 홍명보 감독 선임을 질타했다.
더불어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터도 또 다시 감독 선임에 잡음이 불거진 데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퇴 결단을 촉구했고, 홍명보 감독에게도 대표팀으로 가는 선택의 번복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축구협회는 귀를 닫았다. 13일부로 홍명보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2024년 4차 이사회 서면 결의 결과, 총 23명 중 21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승인에 따라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혹한 결과를 낸 뒤 10년 만에 다시 A대표팀에 복귀했다. 당시에도 팬들의 지지를 받던 대표팀은 아니었다. 특정 선수들을 편애하는 방식이 '의리 축구' 논란으로 번졌고, 월드컵에서도 준비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불명예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홍명보호 2기 역시 팬들의 박수가 아닌 지탄 속에 출범한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자격으로 새 외국인 코치를 뽑는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이 외국인 지도자보다 낫다는 이유로 대표팀을 맡기면서도 외국인 코치 2명을 붙여주겠다고 제안한 데 따른 행보다. 세계 축구의 흐름 파악과 분석에 도움이 될 코치 후보자들을 물색한다는 설명인데 팬들이 우려하는 해외 축구 트렌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자인한 셈이기도 하다.
날선 반발에 귀를 닫은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은 내심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성공으로 지금의 평가를 뒤바꿀 계획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클린스만호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정한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과가 좋을리 없다. 또,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도 시대착오적인 조례가 된지 오래인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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