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들어도 기계 사야죠"…최저임금 1만원 '해고' 역설 부른다
전문가 "숙련직 외엔 오히려 일자리 줄어들 듯"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점심시간처럼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그 외 시간에는 아내가 홀과 계산을 맡았었습니다. 저와 직원은 주방일을 맡아서 했었는데, 인건비가 무서워서 '웍질' 대신 해주는 기계라도 하나 들일까 고민입니다. 요즘 자르고 볶고 완성품 만드는 기계를 보니까 사람보다 나은 게 많더라고요."
인천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 사장(40)의 하소연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점포 무인화' 또는 '자동화'를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 3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금액이다.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 원을 넘겼다.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급은 209만 6270원에 달한다.
기대를 모았던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역시 논의 과정에서 무위로 돌아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문제는 엔데믹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재료 가격으로 인해 대다수 자영업자가 제품 또는 음식값을 올리면서 이미 외식이나 쇼핑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다수의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및 물가 인상에 맞춰 판매가를 올리면 그대로 역풍이 될 수 있어 수익 감소를 감내해야 할지 값을 인상해야 할지 난처해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자동화, 무인화 장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부담보단 낫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송 모 사장(40)은 "인건비 등 운영비가 너무 늘어나서 이미 테이블마다 자동으로 주문하고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기계를 달아놨다"며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다른 분야도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자동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하는 디저트 가게도 현재 반죽만 기계로 하고 있는데 조만간 주문부터 음료까지 모두 기계로 바꾸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여러 자영업자 카페에선 "사람을 더 줄여야 한다" "최저임금 너무한 거 아닌가요, 어떻게 버텨야 하나요" 등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쪼개기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직원 1명을 고용할 것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여러명 고용하는 초단기 고용을 말한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취업자 대부분은 주휴수당, 퇴직금, 건강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규고용보다 실질 인건비가 적게 든다.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카페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시급이 1만 2036원꼴이 되니 쪼개서 쓰는 곳이 많아질 것 같다"고 글을 게재했다. 또다른 이도 "무조건 주휴수당 발생하지 않도록 '쪼개서' 공고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인건비=최저임금에 따라' 공식이 자리잡힌 편의점 업계의 경우 무인점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모습이며 내년에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 편의점은 3816곳으로, 2019년(208곳) 대비 18.3배 급증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사업체의 95.1%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매출 저하와 고비용 구조로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인건비 상승은 결국 '나 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근로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익숙한 기술자와 초보자의 임금 차이를 많이 내서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렇게 되면 고용주는 비싼 임금을 줄 바에야 숙련직을 선호하게 되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약취업층이 오히려 해고 절벽에 내몰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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