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바이든의 눈과 귀 가렸나… “쓴소리 절대 안 해”

도닐런·리체티 고문, 리드 부실장 3人
모두 바이든 참모 출신… 정치 고락 함께해와
바이든 완주 의지 속 “예스맨 역할 충실” 비판
바이든家, ‘충성심’을 최고 가치로 여겨

마이크 도닐런(앞)·스티브 리체티(뒤) 백악관 선임고문이 11일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만난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TV토론 참패 후 3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퇴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완주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바이든과 정치적 고락(苦樂)을 함께 해온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비판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바이든에 쓴소리를 못하는 ‘예스맨’ 역할에 그치는 것은 물론, 부정적인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마이크 도닐런·스티브 리체티 선임고문, 브루스 리드 부(副)비서실장 등 3인이 그 주인공이다.

악시오스는 12일 “바이든이 자신과 당의 위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백악관 안팎 민주당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의회에서 퇴진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바이든은 당내 히스패닉·아시아 태평양계 코커스(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과 화상으로 연쇄 회동을 가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고리 3인방에 의해 일부 대화·질문이 통제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외부 세계와 정상적으로 소통하고 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지목받은 3인방은 모두 정책·정무에서 잔뼈가 굵고, 진보 진영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리드·리체티는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있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도닐런은 2020년 바이든 대선 캠프의 수석 전략가 출신이다. 남부럽지 않은 경륜의 세 사람을 일컬어 “푸바(poobahs·많은 직책을 겸한 대관을 일컫는 말)” “백발의 노인들(the grey hairs)”이라고도 부른다. 선임고문인 리체티·도닐런이 주로 정무에 관여하는 반면 리드는 바이든 옆에 붙어있으면서 정책 현안에 집중한다고 한다. 악시오스는 “세 사람은 바이든과 그 일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브루스 리드 백악관 부비서실장.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주변의 인사들은 언론에 “이너 서클에 있는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3인방) 중 누구도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다” “승리의 길이 극도로 좁다는 어려운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퇴진 위기 속에도 바이든이 되레 언론을 비판하고,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 이런 정황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의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바이든 용퇴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도닐런과 리체티는 의원들과 개별 접촉을 하며 이 같은 ‘반란’을 진압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이 오랜 기간 가족과 소수 보좌관의 조언에 의존해왔고, 이들은 대통령이 비판을 무시하고 대선을 완주하라 말하고 있다”고 했다. 아홉 번 출마한 선거에서 모두 이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 유일한 사람이란 바이든의 ‘휴브리스(hubris)’를 문고리 3인방이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은 12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선거 유세 연설에서 “바이든이 경선에 남을 건지, 사퇴할 건지 추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내 대답은 이렇다. 우리가 이길 것이고, 나는 그만두지 않겠다”라고 했다. 전날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이라 지칭하는 등 말실수가 잇따랐는데, 가라앉지 않는 ‘후보 교체론’ 속에서도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 미시간주 디트로에트 유세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