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나 아직 젊어"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고작 '2%'
[편집자주] 한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체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고령운전자 사고는 꾸준히 증가세고 사망사고 등 대형사고 비중이 높다. 최근엔 고령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3일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택시는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로 돌진, 병원 방문객 2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해당 운전사에게서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검출됐다.
# 지난 6일에는 80대 남성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용산구 서울역 인근 인도를 침범하며 보행자 2명을 치는 사고를 냈다.
# 지난 9일에는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가 놀이터로 돌진, 담벼락을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에서는 팔달구 화서동 한 도로에서 7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 신호대기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이후에도 4대를 더 들이받고 멈췄다.
고령운전자들의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에 관심이 모인다. 면허를 반납하면 혜택을 주는 등의 대책은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사고를 줄일 안전장치를 강제하면 국제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이 경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그 위험성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된다. 많은 사상자를 남기는 중대사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9년 3만3139건에서 지난해 3만9614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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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 중 45.8%는 '시간 단축 등 이동 편의'를 이유로 꼽았다. '충분히 안전운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도 35%에 달했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서' 24.1%,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이 22.4%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2018년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정작 면허를 반납 사례는 극소수라고 한다. 고령운전자 중 운전면허 반납자는 지난해 11만2896명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경찰은 반납자에게 10만원, 지자체도 10만원 이상 바우처와 교통카드 등의 추가 지원금을 주지만 효과가 없었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관심을 받으며 세대 갈등으로 번지자 시민단체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다양한 연령대의 운전자들이 각기 다른 특성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만큼 이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령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제한적 대책은 내놓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청년과 고령운전자를 위해 국민안전운전검진제도 도입을 건의한다"며 "교통사고 예방적 기대 효과와 제도의 도입을 통해 모든 연령대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있는 개선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고령자 취업 비율이 상당히 높은 국가"라며 "따라서 이동권에 대한 제한을 두는 대책은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고 이와는 별개로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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