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직접 영향권…중국 '공급과잉', 전기차 다음은 석유화학?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7. 1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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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정유국이 됐다는 중국중앙(CC)TV 보도화면 /사진=중국중앙(CC)TV
작년 초 중국에서 '신싼양(新三樣·새로운 3가지 품목)'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 대 초반 '메이드 인 차이나' 하면 싸구려 양말, 봉제 인형을 떠올렸지만, 이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이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언론이 '신싼양'을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어난 지 얼마 안돼 전 세계에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은 중국발 공급과잉의 대명사가 됐다. 그 뒤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태양전지는 25%에서 50%로, 리튬 배터리는 7.5%에서 25%로 인상했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37.6%의 잠정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거나 수출이 급증하는 품목은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공급과잉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공급과잉(oversupply)'이라는 표현보다 '과잉생산(overcapacity)'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과잉 공급되는 생산물보다 생산 능력의 과잉을 강조한 표현인데, 결과보다는 원인에 초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과잉생산이 곧잘 일어나는 건 지방정부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정부는 일자리 창출, GDP 창출을 위해서 중국 전체의 과잉생산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싼 땅을 이용해서 공장부터 짓고 나서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의 다음 타자는 석유화학 제품?
주요국 에틸렌 생산능력 추이/그래픽=김지영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 경유 등과 함께 화학산업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를 얻는다.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특히 에틸렌은 쌀 알갱이처럼 생겨서 '산업의 쌀'로 불리며 에틸렌 생산능력이 한 국가의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나타낼 만큼 중요하다.

작년 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9년 2711만t에서 2023년 5174만t으로 불과 4년 만에 2463만t(약 9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658만t에서 4583만t으로 925만t, 한국은 1002만t에서 1280만t으로 278만t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자급률 제고 정책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돼 2022년 세계 1위로 부상하면서 공급경쟁 심화를 예고한 셈이다.

중국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 전망/그래픽=김다나

중국발 공급과잉은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플라스틱 붐이 또다른 무역 골칫거리를 만들 전망'(China's Plastics Boom Is Set to Create Another Trade Headache)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이 급증했지만, 내수 부진으로 중국 내 판매가 줄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이 결국 해외로 값싼 제품을 쏟아낼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맹에 따르면 '제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말까지 중국 폴리프로필렌(PP) 생산능력은 6000만t으로 증가하지만 중국 내 수요는 4160만t에 불과해 1840만t의 생산여유분(과잉생산)이 발생할 전망이다. 폴리에틸렌(PE)과 더불어 대표적인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은 내열성이 높고 내약품성이 뛰어나 가전부품, 자동차 내외장재, 식품용 밀폐용기로 사용된다.

폴리에틸렌 생산 능력은 4890만t, 중국 내 수요는 4530만t으로 약 360만t의 과잉생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메탄올, 글리콜도 각각 80만t, 240만t 및 940만t의 과잉생산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2025', 이후 대중 수출 비중 45.2%→36.3%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여 원료와 중간재를 수입하는 대신 자체 생산하려는 '중국제조 2025'와 '자급률 제고' 전략에 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2015년 '중국제조 2025' 발표 이후 10년 동안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과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거치면서 중국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급증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 관계와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를 고려할 때 핵심 기반 산업인 석유화학 제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중국의 자급률 제고 정책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국이 2020년 이미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기초유분과 폴리염화비닐(PVC)의 자급률 100%에 도달했으며 2025년경 중간원료인 파라자일렌(PX) 자급률도 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과잉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그동안 대중 수출을 통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려온 한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대규모로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6억달러로 전년 대비 15.9% 줄었다. 수출 부진은 중국 영향이 컸는데, 대중국 수출액이 1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앞서 본 것처럼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5174만톤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뛴 영향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국가별 수출 비중 추이/그래픽=윤선정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국가별 수출을 살펴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010년 47.8%에서 2023년 36.3%로 13년 동안 11.5%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 비중은 3.9%에서 9.3%로 5.4%포인트, 대유럽 수출 비중은 6.6%에서 17.9%로 11.3%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 2015년부터 계산해도 대중 수출 비중은 45.2%에서 36.3%로 8.9%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한국의 대중 석유화학제품 수출 감소로 연결된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게 아니라 중국에 수출되던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전기차·배터리 등의 공급과잉 문제와 다른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 증가는 상당한 규모의 석유화학 산업을 가진 한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는데, 한·중 간 수출 경합은 갈수록 커질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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