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직접 영향권…중국 '공급과잉', 전기차 다음은 석유화학?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언론이 '신싼양'을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어난 지 얼마 안돼 전 세계에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은 중국발 공급과잉의 대명사가 됐다. 그 뒤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태양전지는 25%에서 50%로, 리튬 배터리는 7.5%에서 25%로 인상했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37.6%의 잠정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거나 수출이 급증하는 품목은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공급과잉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공급과잉(oversupply)'이라는 표현보다 '과잉생산(overcapacity)'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과잉 공급되는 생산물보다 생산 능력의 과잉을 강조한 표현인데, 결과보다는 원인에 초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과잉생산이 곧잘 일어나는 건 지방정부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정부는 일자리 창출, GDP 창출을 위해서 중국 전체의 과잉생산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싼 땅을 이용해서 공장부터 짓고 나서기 때문이다.
작년 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9년 2711만t에서 2023년 5174만t으로 불과 4년 만에 2463만t(약 9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658만t에서 4583만t으로 925만t, 한국은 1002만t에서 1280만t으로 278만t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자급률 제고 정책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돼 2022년 세계 1위로 부상하면서 공급경쟁 심화를 예고한 셈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은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플라스틱 붐이 또다른 무역 골칫거리를 만들 전망'(China's Plastics Boom Is Set to Create Another Trade Headache)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이 급증했지만, 내수 부진으로 중국 내 판매가 줄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이 결국 해외로 값싼 제품을 쏟아낼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맹에 따르면 '제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말까지 중국 폴리프로필렌(PP) 생산능력은 6000만t으로 증가하지만 중국 내 수요는 4160만t에 불과해 1840만t의 생산여유분(과잉생산)이 발생할 전망이다. 폴리에틸렌(PE)과 더불어 대표적인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은 내열성이 높고 내약품성이 뛰어나 가전부품, 자동차 내외장재, 식품용 밀폐용기로 사용된다.
폴리에틸렌 생산 능력은 4890만t, 중국 내 수요는 4530만t으로 약 360만t의 과잉생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메탄올, 글리콜도 각각 80만t, 240만t 및 940만t의 과잉생산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2015년 '중국제조 2025' 발표 이후 10년 동안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과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거치면서 중국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급증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 관계와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를 고려할 때 핵심 기반 산업인 석유화학 제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중국의 자급률 제고 정책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국이 2020년 이미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기초유분과 폴리염화비닐(PVC)의 자급률 100%에 도달했으며 2025년경 중간원료인 파라자일렌(PX) 자급률도 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과잉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그동안 대중 수출을 통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려온 한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대규모로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6억달러로 전년 대비 15.9% 줄었다. 수출 부진은 중국 영향이 컸는데, 대중국 수출액이 1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앞서 본 것처럼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5174만톤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뛴 영향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국가별 수출을 살펴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010년 47.8%에서 2023년 36.3%로 13년 동안 11.5%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 비중은 3.9%에서 9.3%로 5.4%포인트, 대유럽 수출 비중은 6.6%에서 17.9%로 11.3%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 2015년부터 계산해도 대중 수출 비중은 45.2%에서 36.3%로 8.9%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한국의 대중 석유화학제품 수출 감소로 연결된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게 아니라 중국에 수출되던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전기차·배터리 등의 공급과잉 문제와 다른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 증가는 상당한 규모의 석유화학 산업을 가진 한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는데, 한·중 간 수출 경합은 갈수록 커질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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