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 재정 개혁… 시진핑이 그리는 中 경제 청사진 나온다
”중병서 막 회복, 강한 처방 어렵다”
신품질 생산력·조세개혁 내세울 듯
친강·리상푸 처벌도 마무리 전망
향후 10년간 중국의 경제정책방향이 결정되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오는 15~1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등 서방의 견제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제시할 해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극약 처방’이 발표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기초 체력과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혁신과 지방정부 건전성을 위한 재정 개혁만큼은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3중전회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위원회의 세 번째 전체회의(중전회)를 뜻한다. 중앙위원회는 5년 주기로 7번의 전체회의를 여는데, 1중전회와 2중전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와 최고위급 지도자, 장관을 인선한다. 이렇게 구성된 새 지도부가 1년간 국정을 운영해본 뒤 3중전회를 열어 청사진을 제시한다. 1978년 3중전회에서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1993년 3중전회에서는 장쩌민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각각 발표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첫 3중전회인 2013년엔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경제체제를 개혁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이번 3중전회에 대한 주목도는 남다르다. 직전 3중전회인 2018년에는 당정 개혁에 밀려 경제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제20기 3중전회는 당초 지난해 10~11월쯤 열렸어야 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1년 가까이 미뤄졌다. 이를 두고 중국 지도부가 현 경제난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로 성장 동력이 바닥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의 첨단기술·무역 제재, 대만 해협 긴장 고조 등 악재로 가득한 현 상황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충격 요법 대신 경제 체질 향상… 지방정부 세원 확보 방안도
세계의 기대와 달리 중국이 당장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충격 요법’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미 연준과 같은 자금조달을 수반하는 ‘빅뱅 솔루션’과 주택 위기를 끝낼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방아쇠를 당길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최근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는 중병에서 회복한 환자와 같다”라며 “중의학 이론에 따르면, 이때는 강한 약을 쓸 수 없다. (경제를) 정밀하게 조정하고 천천히 보살펴야 점차 회복될 수 있다”라고 했다.
대신 경제 기초체력과 안보를 다질 수 있는 ‘신품질 생산력’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대량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과 달리 첨단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자립자강을 통해 서방의 기술 봉쇄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과학 분야 시상식에 참석해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만 갈겠다(十年磨一劍)는 굳은 결심으로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하라”고 주문한 것도 신품질 생산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방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 개혁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중앙정부의 지출은 전체 국가 지출의 약 10%만 차지해 세계 평균(20%)보다 낮지만, 지방정부 대비 과도한 세입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많은 지방 정부가 부동산 위기 속에서 세입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방정부 부채 위기를 불러왔다”라고 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조세 재원을 지방정부에 더 많이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질 전망인데, 특히 4대 세수원 중 하나이자 중앙정부가 100% 가져가는 소비세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침체 해결책으로는 국가 주도로 미분양 주택을 소화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2015~2018년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에 3조6000억위안(약 681조3000억원)을 제공해 ‘판자촌 재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했는데, 같은 금액이 시중에 풀리면 미분양 주택의 10%를 매수할 수 있고, 중국 인구의 1.6%에 저가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계산이다. 이 외에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실업률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농촌 개발과 도시화 등에 대한 대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 친강·리상푸 처벌도 3중전회서 마무리 전망
이번 3중전회에서는 지난해 중국 정가의 최대 화두였던 친강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 전 국방부장에 대한 처벌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중국의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인 친 전 부장인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장에 파격 발탁됐고, 이듬해 3월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돌연 자취를 감추더니 7월 외교부장에서 해임됐고, 10월 국무위원직도 박탈당했다. 올해 2월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자격까지 상실했다. 친 전 부장의 낙마 이유로는 방송국 아나운서와의 불륜, 기밀 유출설 등이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마지막 남은 당 중앙위원직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해방군 로켓군사령부의 납품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상푸 전 국방부장에 대한 처벌 역시 이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리 전 부장은 지난해 국방부장직에서 해임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공직 해임과 당적 제명 처분을 받았다. 리 전 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처분에 대한 최종 추인을 받은 뒤 군 검찰로 이첩될 전망이다. 3중전회 후 사형이 구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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