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논란 속 얼굴 공개, 업주들의 딜레마[무인점포 절도 급증②]

김동영 기자 2024. 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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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최근 무인점포 업주들이 절도범으로 의심되는 손님의 얼굴을 매장 내에 게시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주들은 피해 금액의 소액성, 경찰 인력 부족, 출입 절차 강화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 등으로 절도범의 ‘얼굴 공개’라는 자구책을 꺼내들어 절도를 예방하고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무인점포에서 절도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명예훼손을 비롯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법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무인점포에서 발생하는 절도 사건에 대해 업주들은 다양한 이유로 얼굴 공개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

먼저 피해 금액의 규모다. 무인점포에서 발생하는 절도는 주로 몇백원에서 몇천원 정도의 비교적 소액이 대부분인데, 이런 소액 절도 사건은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따라서 절도범을 검거하기 이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많은 경찰 인력이 소요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경찰이 절도범을 잡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소액 절도 사건의 경우 경찰력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경찰의 도움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무인점포의 특성상 출입 절차를 강화하면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따른다. 무인점포는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인데,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출입을 강화하면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방문을 꺼릴 수 있다. 이는 결국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주들은 출입을 강화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업주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출입 절차를 강화하는 대신 절도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자구책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 구월동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업주 A씨는 “매장에서 절도가 일어난 적은 몇 번 있지만, 아직 절도범의 얼굴을 그대로 매장에 붙여 본 적은 없다”면서도 “무인점포의 특성상 피해 금액이 몇백 원에서 몇천 원까지 크지 않은 경우들이 대부분이어서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이 종결되기도 하고, 경찰력이 낭비될 것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업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절도범에 대한 괘씸한 생각에 절도범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수구 소재의 무인점포 업주 B씨는 “일회성에 그치는 절도에 대해서는 폐쇄회로(CC)TV 사진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상습적으로 절도에 한해서 모자이크를 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신고만을 통해 절도 범죄를 근절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따라 사진을 붙이고 있다”며 “출입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긴 하지만, 별도의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점과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수가 줄어 매출이 하락할 것이 우려돼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다른 가게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활성화되지 않는 걸 보면 다른 업주들 생각도 같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얼굴 공개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와 명예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개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무분별한 얼굴 공개는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1월7일, 인천 중구 소재 무인점포에서 '포켓몬 카드' 등을 훔친 아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출입문에 게시한 40대 점주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업주는 "나흘 전 2만3000원 상당 피규어 1개와 포켓몬 카드 11장을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아이를 찾는다. 이 아이를 아시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초등학생의 사진을 게시했다.

또 최근 인천에서 무인점포 업주가 정상 결제한 중학생을 절도범으로 오해, CCTV 영상에 담긴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가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업주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무인점포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절도 등의 범죄에 취약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업주들이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절도 예방을 위해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무인점포 업주들은 절도 예방을 위해 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이를 통해 법적 문제를 피하고 매장과 손님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절도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CTV 영상에 찍힌 절도범 얼굴을 경찰에 제출하는 용도가 아닌 개인의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절도범의 사진을 매장 내 모자이크 없이 게시하는 것은 제3자에게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표하는 행위”라면서 “명예훼손이나 개인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01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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