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의회 장악 막았지만"…佛, 대혼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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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 가능성과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앞선 1차 투표에서는 RN이 대다수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했고, 2차 투표 직전까지도 다수 여론 조사기관들은 RN이 제1당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러한 예상이 빗나갔다.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달라진 이유는 프랑스가 채택한 결선투표제도에 기인한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경우 1, 2위 후보가 다시 2차 투표를 치르는 것이다. RN은 1차 투표에서 다수 후보들이 1위를 차지했지만 대부분 과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다.
중도 정당과 좌파연합의 적극적인 후보 단일화도 한몫했다. 대립 관계에 있던 양당은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전략적 연대를 추진해 당선 가능성이 낮은 3위 후보 사퇴와 후보 단일화로 2위 후보에게 표가 결집되도록 했다. 1차 투표 이후 NFP 소속 후보 130명, 앙상블 소속 후보 82명이 자진 사퇴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전통적으로 프랑스 선거정치에서 나타난 유형이 그대로 재현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1차 투표에서는 지지후보에 대해 자유롭게 투표하지만 결선투표까지 가면 정치적 안정성을 고려해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 앙상블은 과반은 차지 못했지만 다수당으로서 여당 출신 총리를 임명한 '소수정부'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2위로 밀려나 소수정부 운영도 어렵다. 실제 총선 직후 여당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사의를 표했고, 마크롱 대통령이 반려하자 NFP는 총리를 유임할 의도라며 맹비난했다.
만약 마크롱 대통령이 아탈 총리를 유임하거나 앙상블 소속 새 총리 임명을 강행한다고 해도 의회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언제든지 물러나야 한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은 다수당인 NFP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결국 내각 구성 합의를 통해 좌파 출신의 신임 총리가 나와 동거정부를 구성할 공산이 크다. 총리 임명 합의가 실패할 경우엔 어느 정당도 반대하기 힘든 기술 관료를 임명해 다음 선거 때까지 행정부를 관리할 수도 있다.
총리 임명에 합의해도 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이해관계와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정국이 대혼돈에 빠질 수 있다. NFP 대표인 장뤼크 멜랑숑은 정통 좌파로 분류되며 임금, 복지 등에 있어서 진보적 색채가 선명하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관료이자 금융인 출신으로 노동, 연금개혁과 같은 우파적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NFP는 마크롱 대통의 연금개혁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고 RN도 동조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T학부 교수는 "앞으로 이뤄질 동거정부 하에서 프랑스 정치는 상당히 난항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구성 초반부터 정당 간 갈등이 첨예하게 부각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창룡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프랑스의 정치 상황이 대단히 혼란스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자칫 제5공화국마저 종료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과 의회권력이 어떻게 조정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대통령제를 더 강화하든지 아니면 내각제로 가든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극우 정당인 RN은 기대했던 다수당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2017년 8석에서 7년 만에 143석이라는 급성장을 이뤄냈다. 유럽의회뿐 아니라 국내 선거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RN은 향후 마크롱 대통령과 총리를 견제하고 정책 이슈마다 우파 성향의 여론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를 이끌어 온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EU의 결집력과 대외적 영향력도 약화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좌파와 우파 정당 모두 EU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좌파는 EU에 대해 시장주의를 추구하는 기구로 인식하며 사회복지나 노동권 등에 있어서 EU 차원의 기준 완화에 반대한다.
또한 좌파 정당은 재정 확대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재정 적자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다수당이 된 NFP는 선거 과정에서 물가 동결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각종 보조금과 급여 인상, 연금개혁 폐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5%를 기록해 기준치인 3% 수준을 초과했고 S&P는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1년 만에 강등한 상황에서 재정 확대 시 재정적자 문제가 급격히 부각되거나 더 나아가 유로화 체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EU를 대표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했고 파병론까지 주장한 바 있다. 총선 이후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인 입지가 약화된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러시아에 대항하는 EU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오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책은 유지한다고 해도 향후 추가 지원책을 논의할 경우 프랑스의 입장은 상당히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마크롱의 입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EU 차원의 지원도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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