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산토리, 도이치모터스… 이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이유는?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의 지난해 연차보고서를 보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3번,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6번 등장한다. 장인정신과 역사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명품업계가 첨단기술에 점차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샤 로월드 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어돕션 2024’에서 이 같은 블록체인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하는 일은 잘 포장해서 스토리라인과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가 추진하는 방향을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의 주 소비층인 33~55세 고소득층들에 특권을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쇼핑 경험을 줘야한다”며 “블록체인은 디지털 제품의 여권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투명성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샤는 “럭셔리 브랜드는 창의력과 혁신, 서비스와 장인정신 추구, 영향력 최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꼽는다”며 “항상 혁신을 갈구하고 관심은 있지만 아직 사람들이 웹3.0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제공하는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진정으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 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제품의 융합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 형태인 현재 웹2.0 시대에서 나아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웹3.0으로 변화가 예정된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앞장서 브랜드 성장과 변화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쟁글이 주최한 어돕션2024에서는 웹3.0을 도입하는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웹3.0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나 팬층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유리하다.
일본 주류 브랜드 산토리는 글로벌 팬덤 구축을 위해 웹3.0 기술을 활용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사카즈키(Sakazuki)라는 플랫폼을 통해 숨겨진 보석 같은 주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 세계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츠시 타케우치 산토리 홀딩스 시니어 디렉터는 “산토리의 창고에 10억병의 위스키가 쌓여있는데 이것을 아무한테나 팔고 싶지 않고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 팔고 싶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솔루션을 찾게 됐다”며 “우리는 술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연결고리, 즉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민 도이치오토모빌그룹 대표는 “현존하는 중고차 진단체계로는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누적 정보를 상호 비교하고 검증하고 신뢰성을 확대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이미지와 지속가능성 등은 극복 과제
하지만 투기성 짙은 가상자산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달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지만 이는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블록체인 업계가 규제를 준수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웹3.0에 대한 투자가 수년째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모범사례가 확립되지 않은 것도 업계의 한계로 꼽힌다.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는 팬 플랫폼인 ‘디어스’(THEUS)를 웹2.0 기반으로 구축하고 세계 시장을 중심으로 웹3.0 기술을 단계적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부, 팬 콘텐츠 제작, NFT 티켓 등 적합한 기술에 한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 연구실장도 “웹 3.0 도입에 가장 큰 고민은 품질”이라며 “고객이 제품을 쓰는 기간 동안 서비스 품질이 동일해야 하는데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갑자기 중단됐다고 하면 고객센터 민원으로 이어지고 브랜드에도 심각한 이슈에 당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제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면 각 단계별 조직이 기술을 이해하고 품질을 평가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우 쟁글 공동대표는 “웹3.0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 사업에 붙이면서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본격적 산업화 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면서도 “명확한 규제들이 입안되면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시성 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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