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매체, 경영난에 잇단 폐간...동포사회 '아쉬움'
[앵커]
재외동포들에게 우리말로 된 신문과 잡지 등 소식지는 고단한 이민 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곤 하는데요.
그런데 호주 멜버른에서 오랜 시간 동포들의 곁을 지켜온 우리말 매체들이 경영난 등으로 잇따라 폐간되고 있습니다.
동포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 상황을 윤영철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차세대 동포 행사 취재를 위해 현장에 나온 김정미 씨.
김 씨는 호주 멜버른 유일한 우리말 소식지인 '라온 매거진' 편집장입니다.
지난 2000년 발행을 시작한 이 잡지는 물가 상승과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온라인 매체로 전환됐습니다.
온라인 잡지 운영도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이 지역 단 하나뿐인 한국어 매체라는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정미/ '라온 매거진' 편집장 : 오랜 한인 역사와 같이했던 동포 잡지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걸 보면서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뿐만 아니라 동포 한 사람으로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요. 더는 인쇄 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라온 매거진은 2023년부터 온라인 매거진으로 전환해서 발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에 사는 한인 동포는 모두 2만 5천여 명.
그동안 이 지역에선 우리말로 발행하는 매체 3곳이 동포사회 소식과 생활 정보 등을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경영난으로 인쇄소 상당수가 문을 닫고 종이 매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두 곳이 발행을 중단하게 된 겁니다.
20년 넘게 동포들의 정보 욕구를 해소해 준 '멜번 저널'도 지난해 끝내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김은경/ 전 멜번저널 편집장 : 많은 것들이 온라인화되면서 소량의 잡지나 신문을 인쇄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폐간을 하게 됐습니다. 하나의 일에 24년 동안 종사를 했다는 것이, 참 온 마음을 다 바쳤던 거기 때문에 많이 서운했습니다.]
아쉬움이 큰 건 동포들도 마찬가지.
우리말 소식지는 고된 이민 생활에 고국을 떠올릴 수 있는 위안처였습니다.
[김진석/ 멜버른 동포 : 한글로 된 신문을 해외에서 보니까 특히 독자 칼럼이나 생활 정보 이런 것들이 상당히 일주일에 한 번씩 기다려지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쥴리/ 멜버른 동포 : 저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은 굉장히 아쉬워하는 것 같고 다시 생길 수 있다면 다시 만들어서 종이를, 우리가 저널을 종이로 넘기면서 읽어볼 수 있는 그런 추억을 다시 갖고 싶죠.]
특히 영어가 서툴고 온라인 매체보다 활자가 더 익숙한 고령층 동포들은 정보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커졌습니다.
때문에, 한인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소식지를 따로 만드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응식/ 호주 빅토리아주 한인회장 : 우리 한인회도 어떻게 노년층에게 (정보를) 알릴까, 그래서 다시 옛날처럼 월간지라도 만들어서, 한인 월간지를 만들어서 배포해야 하나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멜버른에 단 하나 남은 한국어 온라인 매체마저 명맥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선 모바일 앱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YTN 월드 윤영철입니다.
YTN 윤영철 (jminlee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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