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삼성, 글로벌 반도체戰서 집안싸움…'HBM 인질' 파업 우려

황원영 2024. 7.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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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겨낭한 전삼노 방식에 무리수 비판도…파업 참여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8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집중호우로 일부 지역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앞장서 구호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겨울, 봄이 지나고 장마철이 됐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6개월째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있습니다. 기준금리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이후 12회 연속 동결입니다. 환율 리스크와 가계빚 증가세를 고려한 건데, 다만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이라는 태풍을 맞이했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출근 거부에 돌입했는데요,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인질로 잡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는 노조와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지만, 파업에 참여한 인원 대부분이 반도체 직군인 만큼 제품 생산 차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쟁사와 격차도 우려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7조8000억원 규모 KDDX 사업을 선점하려는 두 회사 간 경쟁이 기싸움과 여론전으로 번졌고요, 고발장까지 오갔습니다. 방위사업청도 진땀을 빼고 있는데요, 고래 싸움에 K방산 경쟁력이 저하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우선 세계 주요 외신도 주목한 삼성전자 총파업부터 짚어보시죠.

◆ HBM 인질 삼고 총파업…삼성 노조에 경쟁사 웃는다

-먼저 파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8일 시작된 총파업이 예상과 달리 길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파업이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요?

-그간 삼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죠.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1967년 회사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파업을 주도하는 측은 조합원 5000여명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입니다. 당초 3일 동안 파업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전삼노 요구가 어떤 내용이기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요?

-전삼노의 요구는 △조합원 임금 기본 3.5% 인상 △노조 창립 휴가 보장 △성과금(OPI·TAI) 제도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보상 등입니다. 전삼노는 조합원에게 "목표와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집행부 지침 전까지 출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전삼노는 생산 차질을 목표로 지난 12일 평택 캠퍼스 HBM 라인 앞에서 파업 참여 독려 집회를 열었다. /더팩트 DB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내부적으로 철저히 대비한 덕에 아직 보고된 생산 차질은 없습니다. 노조 측 주장은 다릅니다. 노조는 일부 감산 등 현재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파업 참여 확대로 더 큰 생산 차질을 빚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생산 문제가 없더라도 파업이 길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죠.

-노조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겨냥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던데요.

-맞습니다. 이 때문에 재계는 물론 노조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HBM은 AI용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데, 앞으로 수년에 걸쳐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사업 분야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별도 개발팀을 꾸리는 등 HBM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전삼노가 HBM의 생산 차질을 파업의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이에 'HBM을 인질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회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군요.

-전삼노는 처음부터 생산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HBM을 지목하고, 지난 12일 평택 캠퍼스 HBM 라인을 찾아 직원들을 향해 생산 장비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HBM이 아니더라도 생산 라인에 타격을 주려는 움직임은 삼성전자 구성원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반도체 사업장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한번 생산 라인이 멈추면 수백억원대 손실이 생기는데요. 칩 1개를 만들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장비가 멈추면 이를 모두 폐기해야 합니다. 이에 전삼노의 총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졌습니다. 임금 인상을 위해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엄청난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파업이 길어진다면 반도체 경쟁사만 계속 웃게 되는 형국인데요.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생산 차질'을 목표로 한 전삼노의 파업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직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파업 추진의 동력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로 파업 첫날인 지난 8일 노조 추산 6000여명(회사 추산 3000여명)이 결의대회에 참석했는데, 11일에는 300여명만 집회에 참여하는 등 파업 직원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 큰 어른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삼성전자 노조가 계속 극단적으로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죠.

-그렇군요. 전삼노는 오는 15일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H3 지역을 찾아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는 라인이 있는 곳입니다.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인데, 전삼노의 이러한 행보를 통해 핵심 공정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할 것인지 의문을 품으며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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